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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뱅크로 가자] <3> IB영역 확대 시급

IB 수익비중 5%대 '걸음마 단계'<br>세계 유수銀30%대로 국내 굵직한 M&A 독차지<br>유가증권 인수·투자자문 규제등 업종제한 큰 걸림돌<br>합병 지주사 문화차이 극복·성과급制 확립도 과제


지난 99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금융개혁법안은 뉴욕 월가의 치열한 로비의 결과였다. 월가 로비스트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전에, 선거철이 오기 전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의회에 진을 쳤다.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이뤄 1930년대 대공황시절에 비상조치로 만들어진 글래스-스티걸 법안이 폐기되고,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의 장벽이 무너졌다. 업종간 영역붕괴는 시장 확대에 따라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현상을 더 이상 업종영역으로 구분할수 없게 된데다 은행산업이 새로운 시장영역을 개척, 수익원을 찾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은행들은 그동안 경제의 볼륨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세계 단일 시장이 형성됐는데도 70년전에 만들어진 업종 및 사업구역 제한 규정에 얽매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80년대에 일본과 독일에 밀렸던 적도 있었다. 미국 금융감독당국은 글래스-스티걸 법안이 공식 폐기되기 전에 시장의 변화를 수용, 사실상 사문화하는 운용의 묘를 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7년 상업은행이 IB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시작한 데에 이어 97년에는 IB사업 수익비중한도를 5%에서 25%로 확대하고, 99년에는 미국 의회가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켜 상업은행의 IB사업 진출을 법제화했다. FRB의 이런 사전조치에 힘입어 98년초에 상업은행인 씨티코프와 투자은행 및 보험사인 트래블러스그룹이 합병, 백화점처럼 모든 금융상품을 파는 세계 최대의 씨티그룹이 탄생했다. 그후 각 은행들이 IB 부문에 진출, 지금 미국에선 투자은행 영역의 업무를 하지 않는 대형 상업은행은 사실상 없게 됐다. 국내 은행들도 국제적 흐름을 따라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투자은행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10년 이상 영업하고, 우리은행이 신디케이티드론 주선 분야를 키우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지주, 농협 등도 IB부문을 대폭 강화,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IB 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의 굵직한 인수합병(M&A) 주선은 외국 은행들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고, 해외시장에서 PF를 따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 은행과 비교할 때 유가증권 인수, M&A 주선, 벤처캐피탈 운용, 자산관리 등 부문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유수 은행의 경우 전체 수익에서 IB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안팎인데 비해 국내 은행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IB사업 확대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은행산업에 대한 업종 제한이다. 은행은 기업 M&A 알선과 자산관리 업무는 취급할 수 있지만, IB사업의 핵심인 기업의 유가증권 인수 업무와 벤처캐피탈, 투자자문 등은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비해 증권사는 벤처캐피털과 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 따라서 은행들이 최근 각광 받고 있는 각종 파생상품을 판매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도 현실이다. 홍대희 우리은행 IB사업단장은 “해외의 다양한 상품들을 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합성자산담보부증권(CDO)이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과 같은 국제시장에서 보편화 된 파생상품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이 IB 영역 진출을 위해 증권사를 인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 은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조직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최고의 시너지를 최대화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국내 은행원과 조직문화는 IB와 가장 가까운 업무를 다루는 증권사와 썩 어울리지 않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L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은행과 증권사는 문화가 많이 다르고 생각하는 속도에도 차이가 난다”며 “양측의 문화차이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IB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특히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성과에 따른 보상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것도 국내 은행의 아킬레스건이다. 은행이 IB사업 확대를 위해 ▦리스크와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전문인력의 과감한 외부채용 ▦성과에 따른 고용ㆍ해고의 유연성 확보 등이 요구된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서 도입을 추진중인 성과급제도가 노조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보수적인 조직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영찬 산업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은 “시중은행들이 외부에서 전문가를 데려오려고 해도 보수나 성과급 때문에 스카우트하기 힘들다”며 “오히려 은행 내부의 전문인력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경쟁우위에 있는 부문에 대해 특화 시키는 전략도 요구된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은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국내 시장에서 각 은행들의 강점을 살려 다른 은행에 비해 특화 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씨티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금융과 기업금융을 주력으로 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소비자금융시장에서 씨티를 추월하기 위한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생존전략의 일환인 IB사업 강화는 국내 금융시장이 작고, 은행들이 스스로 자산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IB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보다 경제나 금융시장의 규모가 월등히 큰 일본의 경우에도 대형 IB는 노무라시큐리티 한 곳밖에 없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리스크를 흡수하기 어려운 점도 국내 은행이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조영훈차장 박태준기자 최인철기자 조영주기자 김정곤기자, 서정명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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