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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죽이는 아웃렛 규제] <상> 팔다리 잘려나가는 유통업계

이번엔 아웃렛 정조준… 규제 완화한다더니 '출점 제한' 역주행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불황에 사실상 역성장 백화점 '아웃렛 돌파구' 마저 규제 타깃
대형마트 규제 도입 3년에도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 거의없어
"신규 투자·고용창출· 소비트렌드 등 순기능 무시한 전형적 포퓰리즘"
정치권, 규제 일변도 벗어나 미래지향적 정책 수립해야


경기불황과 출점 및 영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중인 아웃렛에 대해 정치권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내수 살리기는 커녕 내수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패션·유통 등 산업적 가치와 신규 투자 및 고용 창출이라는 아웃렛의 순기능을 고려치 않은 전형전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아웃렛도 기존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출점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아웃렛 신규 출점으로 지역 전통 상권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 논리다.

당시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이어 대기업이 아웃렛으로 잇따라 눈을 돌리면서 중소 아웃렛 매장과 지역상권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유명무실한 지역상권영향평가서를 개편하고 점포 간 입점거리 제한을 새로 도입해 골목상권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해 12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를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 경계로부터 1㎞'에서 '2㎞'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기존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대형 아웃렛과 상설할인매장의 경쟁적 개설까지 막아 전통상인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이끌어낸 을지로위원회의 움직임에 대해 유통업계는 물론 의류업계 등 아웃렛 상품 공급업체들까지 대기업의 시장 독식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웃렛에서 판매하는 의류는 대부분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이월 상품으로 전통시장 취급 품목과 겹치지 않아 경쟁 대상이 아니다"라며 "패션업체 입장에서는 아웃렛이 장기 불황으로 늘어나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숨구멍 같은 곳"이라고 토로했다.

또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유통업계가 업태를 불문하고 중국인 쇼핑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경쟁에 나선 상황"이라며 "아웃렛 역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실제로 여주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의 경우 연간 외국인 관광객이 이미 개점 5년차인 2012년에 2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확장이 마무리되면 5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은 전체 매출의 10%가 외국인 지갑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요즘같은 불경기엔 민간투자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우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백화점과 면세점에 이어 아웃렛이 새로운 소비창구로 자리 잡는 것은 시대적 흐름인데 이를 규제하면 유통산업에 병목현상을 낳고 또 다른 폐단을 양산한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아웃렛 규제 움직임은 아웃렛산업의 경쟁력과 순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롯데아울렛 부여점의 경우 입점 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또 다른 지역 개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화단지 안에 위치한 롯데아울렛 부여점의 지난 해 연간 방문객은 400만명을 넘었다. 부여군 전체 인구(7만여명)의 60배 가량의 사람들이 롯데아울렛 부여점을 찾은 셈이다. 특히 이들 중 20% 이상은 대전·충남·전북 상권이 아닌 원거리 방문객으로 분석됐다. 롯데 관계자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여점을 방문하면서 지역의 식당과 카페 등의 요식업, 마트, 운수업 등 소비 관련 시장이 활발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아울렛 부여점의 성공적인 지역 안착은 부여의 추가 개발에도 힘을 실어줬다. 부여군은 2017년까지 민자사업으로 스파 빌리지, 골프 빌리지, 에코파크 등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며 이를 바탕으로 2020년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연다는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시민단체 컨슈머워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재대 김진국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를 도입한 지 3년이 됐지만 당초 명분으로 내세웠던 전통시장 활성화는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처럼 규제가 능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영세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화되는 유통업체 규제로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에 맞설 성장 전략은 고사하고 매출이 줄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 가면 신규 투자와 고용 창출까지 축소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통업계의 경쟁 구도를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 '백화점, 아웃렛 대 중소상점' 등 규모로만 구분짓는 게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 토론회에서 "소매유통 시장은 이제 '온라인·모바일' 대 '오프라인' 경쟁구도가 형성됐다"며 "소비자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냐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규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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