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경제적 기회 확대'라는 주제로 보스턴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은 반등했지만 임금상승과 노동시장 회복은 더디다"라며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100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유층 자산이 상당 부분 줄고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면서 잠깐 좁혀졌던 빈부격차가 다시 벌어지 있다는 게 옐런 의장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불평등 확대로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던 '아메리칸드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령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채가 10년 전과 비교해 네 배로 늘어나는 등 저소득층이 '소득 사다리'를 타고 상위계층으로 올라가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이런 풍조가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기회의 균등'과 부합하는지 되물어야 한다"며 "미국 사회는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신장시켜야 할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조기·고등교육 확대와 중소기업 창업 및 육성 등을 제시했다.
옐런 의장은 이 연설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나 향후 통화정책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최대 관심사는 최근 유로존 침체 등의 여파로 미 경제마저 타격을 받을 조짐을 보이면서 연준이 당초 발표대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치를 종료할지 여부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은 총재는 이날 "경기지표들이 기존의 경제전망을 바꿀 정도 아니다"라며 "양적완화 종료 연장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의 '테이퍼링 종료 연기'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월 150억달러 남은 채권매입 규모 가운데 50억달러만 줄이거나 양적완화 조치를 끝내더라도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위험 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기준금리 조기 인상설을 불식시키는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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