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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인 이슈] 브라운·사르코지 '뜨고' … 부시·폴슨은 '도마에'

한숨돌린 금융위기… 세계 지도자들 명암<br>브라운·사르코지 : 정부, 은행지분 직접매입 신속한 대처… 유로권 공조 합의 이끌어내<br>부시·폴슨 : 부실채권 인수등 간접 방식 고집하다 결국 유럽식 모델 수용… 리더십 상처


미국 정부의 7,000억 달러 규모 구제금융안과 각국의 금리인하 공조에도 꿈쩍 않던 세계 증시를 안정세로 인도한 것은 다름아닌 유럽식 구제금융 모델이었다. 유로존이 은행 국유화를 골자로 하는 구제금융안을 채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일제히 10% 내외로 반등하며 패닉에 빠진 시장을 구해냈다. 유로권은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직접 매입해 부분적으로 국유화, 이들의 파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제금융안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경제 주체간 신뢰의 부족'이라는 악순환의 근원을 직접 뿌리 뽑겠다는 단도직입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유로권이 이 같은 구제금융 공조안을 내놓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은 고든 브라운(57) 영국 총리다. 8일(현지시간) 브라운 총리가 발표한 4,000억 파운드(7,000억 미국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은 유럽권 전역의 구제금융안의 기준이 됐고 미적되던 미국 역시 9개 주요은행등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이 같은 조치를 따랐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10년 간 재무장관으로 일했던 브라운은 이번 위기에서 '적용 가능한 해답'을 내놓으며 준비된 재무 전문가임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지난해 취임이후 별 하는 일 없이 퇴임 위기 직전까지 몰렸던 브라운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윈스턴 처칠 총리에 버금가는 지도자'라는 호평을 받으며 정치적 생명력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역시 "브라운 총리의 구제안은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도구를 이용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을 만들었다"고 격찬했다. 하지만 브라운 총리 혼자서는 유로권의 공조안 도출이 성사되지 못했을 뻔했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 바깥의 외로운 섬 영국 브라운 총리의 손을 잡은 것은 니콜라 사르코지(53) 프랑스 대통령. 그는 지난 주말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회생을 위해 팔을 걷어 붙이는 부지런한 모습을 연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꼭 한 주전 유로권 공동구제펀드안을 내놓고 프랑스ㆍ영국ㆍ독일ㆍ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4개국 정상회담을 추진했으나 주변국들의 반대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곧바로 유로존 긴급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브라운 총리를 특별 초청, 브라운 총리가 내놓은 공조안을 전 유럽 차원에서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자에서 '브라운 총리의 두뇌와 사르코지 대통령의 추진력'을 유럽권 공조와 이에 대한 '역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최대 공신으로 평가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사르코지 대통령은 평소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금융위기에서 그의 실천력은 빛을 발했다"고 칭찬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기조가 강한 미국은 이번 위기 대응에서 한 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구제금융안으로 시장의 차가운 반응만 확인했다가 유로권 정상회담 즈음에서야 겨우 유럽식 모델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무리 금융위기 상황에서라도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던 탓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영국 정부는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명료한 판단력을 보여줬지만, 이를 미국 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지 W. 부시(62) 미 대통령은 금융구제안 마련에 있어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지난 10일 부시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통해 금융위기 해결의지를 강조했지만 미국과 유럽 증시는 하락으로 마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9ㆍ11테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건 직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그의 무능함을 질타하기도 했다. FT의 기디언 래크먼 칼럼니스트는 14일자 칼럼에서 "평소 결단력있고 강해 보이던 부시 대통령이 금융위기 앞에서는 우유부단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변했다"고 지적했다. 헨리 폴슨(62) 미 재무장관의 금융위기 대처법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 9월 말까지만 해도 이른바 '폴슨 팀'이라고 명명된 재무부 경제통들을 이끌며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폴슨 장관은 별 성과를 내지 못했고, 미국의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목을 조를 만큼 끝없이 확산됐다. 게다가 그는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이 발효된 지 10일이 지난 13일에야 처음으로 구체적인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자 사설을 통해 "7,000억 달러의 금융구제안 자체는 시장의 환영을 받았지만 실천방식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라며 "폴슨 장관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결국 폴슨 장관이 내놓은 구제금융안도 유럽식 구제금융안을 본뜬 것이었으며 스스로 주장했던 은행의 부실자산을 사들이는 간접 지원방식이 옳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전후 철도 등 일부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지난 1984년에도 파산위기에 처한 당시 7위의 컨티넨털 일리노이 은행 지분의 80%를 사들인 전례가 있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페어 슈타인브뤽 재무장관도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고집스런 바보'라는 칭호를 얻게 된 인물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국처럼 은행을 국유화하지는 않겠다"고 단언했던 메르켈 총리는 뒤늦게 유럽식 구제 금융안을 수용할 뜻을 밝히고 5,000억 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구제금유안을 발표했다. 슈타인브뤽 장관 역시 지난 9월 "미국에서 발발한 금융위기의 피해가 거의 미국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강변하며 시장 인식에 한 발짝 늦은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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