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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자력 산업체 대표들이 연구로용 고농축 우라늄(HEU)을 가능한 한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고농축 우라늄은 농축비율이 20% 이상인 것으로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또 핵안보 위협에 대한 원자력 산업 종사자의 경각심을 높이고 문제점을 신속하게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원자력 안전 및 핵안보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2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2 서울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에 참가한 원자력 산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 대표 200여명은 이날 발표한 공동합의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은 26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 사전 연계행사로 '핵안보 및 원자력 안전 증진을 위한 원자력 산업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원자력 관련 정보 보안,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에 대한 인식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원자력 운용업체 이사회의 역할, 원자력 안전과 핵안보의 중요성을 조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직문화 확립,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 안전성이 최고의 가치=전문가들은 원전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최고의 가치라고 입을 모았다.
기조연설을 맡은 존 리치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은 "원자력 정책 입안자는 자연 재해나 테러를 통한 악의적 남용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성이 가장 적은 것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원전 사고는 재해와 인적사고 등 여러 요소가 모여 발생하는 만큼 정책 당국자들은 모든 경우를 다 가정해 대비책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연구용이라도 고농축 우라늄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인 연구개발 협력을 하기로 참석자들은 합의했다.
원자력 안전과 핵안보를 다른 것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안전은 원전 시설의 안전한 운용을 의미하고 핵안보는 핵시설에 대한 방어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원전의 안전관리는 시설자와 관리자ㆍ과학자의 몫이었고 안보는 전직 군경 출신이 담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원자력 안전과 핵안보를 큰 틀에서 같은 개념으로 보고 동시에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직 지배구조ㆍ이사회 역할 중요=원전을 운용하는 업체의 경우 조직의 지배구조 및 경영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특히 이사회와 고위 임원들은 조직문화에 대한 전략은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원전 운용 업체가 참고할 만한 내용인 셈이다.
로저 하우슬리 세계핵안보기구(WINS) 이사는 "혹시나 테러가 발생하면 이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이미 취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어떤 대응책을 세워두고 있는지 이사회가 공개해야 하고, 기밀을 유출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공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이버 보안ㆍ투명성 더 높여야=원전 시설 등에 대한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기계 운용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잠재적인 사이버 보안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기관과 원자력 산업간 논의를 통해 사이버 보안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간 정보공유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원자력 산업계가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새로운 차원의 안전과 안보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요구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아리스 캔드리스 미국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 대표는 "원전과 관련해 미국과 유럽에서 마련하고 있는 기준을 보면 일반 대중을 참여시켜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일반 대중에게 원전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안전과 안보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모하메드 알함마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로 냉각을 위한 여러 개의 디젤 발전기를 보완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비상대응 태세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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