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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기업 녹색산업 선점 나섰다] 불황이후 착실한 대비… "구조조정 끝나면 선두업체로 약진"

과잉 설비·보조금 축소 등 영향… 美선 태양광 기업 파산 잇따라<br>국내업계에 새로운 기회 제공… '박막형' 제품 개발 등 팔걷어<br>가격보다 지속가능성 중요 변수… 시장서 압도적 주도권 확보 가능

구본무(오른쪽) LG 회장이 지난해 경북 구미의 LG전자 태양전지 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전세계 태양에너지 시장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불황 속의 기회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DB


"지금 전세계 태양광산업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킨게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합니다."(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

전세계 녹색산업이 수요 둔화로 위기에 내몰리면서 국내 태양광업계는 물론 글로벌 선두기업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전세계 태양광 기업은 경기침체와 과잉 설비투자, 각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 등 3중, 4중 악재를 맞고 있다. 심지어 시장을 선도하던 미국과 유럽 기업이 잇따라 파산을 선언하고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에 인수되는 수모를 겪고 있는 지경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치킨게임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내 태양광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은 불황 이후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태양광 글로벌 구조조정이 끝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태양광 산업은 구조조정 중=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던 솔라트러스트오브아메리카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한때 전세계 태양전지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독일 Q셀즈도 최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에버그린솔라ㆍ솔린드라ㆍ스펙트라와트 등이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 부품업체인 솔론이 파산한 데 이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개발업체인 독일 솔라밀레니엄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는 각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올해 초 태양광 산업 보조금을 최대 30% 삭감했으며 이탈리아ㆍ영국 등도 보조금을 줄였다. 미국 상원은 지난달 소규모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 연장을 거부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태양광 업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ㆍ유럽 등이 녹색성장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2008~2010년 전세계 태양광 발전 설치량은 연평균 86.4% 증가했다.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면서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08년 중반 이후 70% 하락했다. 또 지난해 태양광 패널 가격은 W당 1.6달러선에서 90센트선으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기업이 쏘아 올리는 희망=그러나 국내 기업은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외부 수혈을 통한 연구개발 능력 제고와 꾸준한 기술 개발 노력, 그동안 녹색산업에서 일군 성과를 바탕으로 한 노하우를 앞세워 선두업체와의 갭을 축소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결정형에서 박막형으로의 전환 추진이다. 결정형 태양광의 경우 주변 온도가 섭씨 60도가 넘을 경우 전기 변환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사막에 태양광을 설치하게 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변환 효율 하락과 바람에 따른 먼지로 태양광 흡수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결정형에 나선 것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설비들 들여온 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몸집 키우기가 급선무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은 기존 결정형 투자에 대한 전면 유보를 선언하고 박막형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격적인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 또 이로 인한 결정형 태양광의 한계는 항상 터질 수 있는 폭탄의 뇌관이었다"며 "국내 대기업이 아직은 전기 변환 효율이 부족한 박막형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잘한 선택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명성이 새로운 변수로=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명성을 활용할 경우 전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태양광 시장에서는 기존 중국 업체가 저가에 공급한 제품에 대해 20년의 AS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도산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는 단순 가격 경쟁력 외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경쟁력보다 제조사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명성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 인프라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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