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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근교의 한 명품 아웃렛매장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들로 길게 줄을 섰다. 줄을 선 곳은 주차장만이 아니다. 고가의 명품 핸드백 등으로 유명한 한 매장은 구경하기 위한 인파로 긴 행렬을 이뤘고 다른 유명 의류 매장에도 가을 겨울 용품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 품목은 이미 진열 물량이 바닥나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아쉬움을 가지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불황에도 명품에 대한 수요는 식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전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명품과 식 음료 유통업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소비재(컨슈머)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소비재펀드들은 올 들어 대부분 견고한 수익률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기준 '미래에셋코리아컨슈머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Ⅰ'는 연초 이후 20.14%의 수익률을 기록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3.83%)을 5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미래에셋코리아컨큐머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C-A'도 연 초 이후 수익률이 19.72%에 이르고 1년과 2년 수익률도 각각 17.11%, 32.49%에 달했다.
이외에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자A[주식]'(16.80%),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증권투자신탁-자 1'(15.50%)도 올 들어 15%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미래에셋솔로몬아시아퍼시픽컨슈머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Ⅰ'과 '우리 글로벌럭셔리(Global Luxury)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A1', '한국투자럭셔리증권투자신탁1(주식)(A)', '미래에셋친디아컨슈퍼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 C 5' 등도 10%를 넘어섰다.
수익률 고공행진에 투자자들도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실제로 소비재펀드로 최근 6개월간 1,159억원, 올 들어서는 1,834억원의 자금이 몰려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상품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명품 소비의 증가를 꼽고 있다. 명품이라는 브랜드 파워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으며 자연스럽게 이들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들 명품 브랜드 파워를 지닌 회사들의 주가가 치솟으며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소비재 펀드들도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소비재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데는 경기 침체 속에 전 세계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소비 양극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며 "명품 소비가 늘며 이들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상승하는 사이 소비재 펀드의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소비재 펀드의 경우 앞으로 전망도 밝은 편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QE3) 정책을 발표하는 등 각국이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정권 교체와 함께 내놓을 수 있는 정책에 따라 현지 부유층의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소비재 펀드 수익률의 향방을 결정지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오 연구원은 "그간 명품 소비가 늘면서 소비재 펀드 수익률이 크게 치솟을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내 신흥 부유층이 지갑을 열었던 점이 자리하고 있다"며 "불황의 그림자가 한층 드리울 수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의 새로운 부자들이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명품 기업의 주가는 물론 이들에 투자하는 소비재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길게 봐서 내년 상반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그간 대두됐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소비가 살아나고 또 크게 치솟은 주가로 인해 커진 가격 부담을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앞으로 소비재 펀드 수익률에 관건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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