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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 국내진출 외국 유통업체의 항목별 애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하나의 표준에 맞춰 국내의 각종 제도와 정책들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만 뿌리깊은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외국 투자자들은 각종 투자유치정책을 믿고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제도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한국적 현실에 당혹해 하고 있다. 한국적 상거래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일선 행정 담당자들의 행태도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12개 외국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면담 조사결과 외국업체들은 우리나라의 투명하지 못한 각종 법규때문에 가장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도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의 성공사례 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일본기업의 한국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상거래 관행의 개선과 대기업 등에 의한 시장 폐쇄성의 개선을 통한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부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INVISIBLE BARRIER)」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상거래 관행 국내 제조업체와의 거래를 위해서는 지사 운영보다는 한국내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나을 때가 있다. 본사의 내규에 따르면 거래업체의 리베이트 요구 등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별도 법인을 통해 본사에서 받은 물건에 뇌물을 끼워 거래처에 공급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같은 변칙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한국적 상거래관행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유통업체들은 우리나라의 특유의 전세제도와 어음제도, 낮은 직매수준과 거래처 선정의 불투명성, 그리고 각종 리베이트와 무리한 파견사원 요구, 무자료거래 등의 각종 상거래 관행때문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관련 법규조차 영문화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2차 자료가 부족해 시장 진입을 결정하기 위한 첫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류 표준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체 첨단 물류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태유통의 물류를 대행하고 있는 호주의 한 물류전문업체는 세계 최첨단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지만 팔레트조차 업체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한국적 현실속에서 고개를 내저을수 밖에 없었다.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제도나 정책은 상당 부분 글로벌 스탠더드화하고 있지만 유통 현실은 아직까지도 거리가 멀다는게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변하지 않는 일선 행정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각종 투자관련 규제 수준보다는 일선 행정 담당자들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규제방식 자체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체류외국인에 대한 비자유효기간도 6개월에서 24개월까지 세분화되어 있어 담당공무원이 자신의 재량에 따라 이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불평이다.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도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과다하고 일을 처리하는데 일관성도 없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상 「스키커 라벨링」과 「구조변경」에 대한 관할 당국이 구청과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으로 얽혀 있으며 부처마다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불만은 투명하지 못한 조세관련 규정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과세결정전 고지나 과세기준 제시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노사문제와 관련해 관련규정이 불투명하고 정책당국이 일관성없는 정책집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 얼마전 한 외국인이 시내 한 복판에서 장시간동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합승을 거부당하다가 택시를 빼앗아 타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택시를 돌려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시대로 가기 위해 먼저 개선되어야 할 것은 사실 제도개선보다도 외국인에 대한 배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사회 일각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외(排外)감정이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한다. 외국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면서도 국민정서는 외국 기업에 대해 무조건적 반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의 투자로 국가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외제 안사기 운동을 벌이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같은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은 각종 관행을 통해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담당공무원들이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악성 루머를 퍼뜨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외국 기업인들의 얘기다.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외국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M&A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같은 지독한 배외감정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고 지적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한국적 현실은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실정이다.【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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