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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8월 3일] 입학사정관제도의 성공 조건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00년 전쯤이라고 한다. 19세기 말 명문 사립대학에 유대인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컬럼비아대학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성격ㆍ지도력 등의 비교과(非敎科) 기준을 입학사정에 도입했고 이에 대한 평가를 입학사정관이 담당하게 한데서 유래됐다. 유대인 학생들은 학문적으로는 유능했지만 대학이 자의적으로 재단한 기준에는 미달됐기 때문에 학교의 계획은 맞아 떨어졌다. 뒤이어 하버드와 예일ㆍ프린스턴대학도 이 제도를 수용했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미국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잣대는 많이 바뀌었지만 ‘대학의 자율적 판단’을 기본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제도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로 우리나라 대학들도 입학사정관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올해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로 지난해(4,500여명)의 5배에 달하는 2만여명의 신입생을 뽑는다고 하니 가히 열풍 수준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임기 말쯤 가면 아마 대학들이 거의 100% 입학사정관제로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입학사정관제가 대입제도의 대세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교육여건으로 입학사정관제도를 무조건 찬성하기는 어렵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고등학교 교육부터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권을 강화시키고 내신(학생부의 교과 성적)과 비교과 영역의 다양한 평가를 학생부에 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입학사정관이 객관적으로 학생을 바라볼 수 있는 자료가 만들어질 것이 아닌가. 또 대학은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려운 구조여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선발 경쟁보다는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아 선발 이후의 교육을 중요시하는 제도다. 합격한 학생들의 대학 졸업률이 50% 안팎에 이르는 나라에서 이 제도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외에도 입학사정관 부족, 대학들의 준비부족 등 지적할 부분은 수도 없이 많다. 특정 대입제도가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제도 적용의 조건과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과거 대학입시와 관련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 유형의 사교육을 불러오거나 학교 교육을 왜곡시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봐오지 않았던가. 이번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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