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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LCD와 PDP 등 평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디지털TV 기술의 발달이 모든 색상의 선명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감나는 음영의 검정색을 표현하는 데는 구식 기술이 돼버린 브라운관 TV가 오히려 효과적이다. 만약 어두운 배경 속에 서 있는 배트맨의 모습을 본다면 브라운관 TV가 한수 위의 영상을 표현해 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LCD와 PDP 등 평면 디스플레이와 브라운관 TV가 갖는 영상표현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브라운관 TV의 경우 내부의 전자총에서 전자빔이 발사돼 브라운관 내벽의 형광물질을 때리기 전까지의 색상은 완전한 검정색, 곧 블랙스크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빔의 세기에 따라 음영감이 살아있는 검정색의 표현이 가능하다. 반면 LCD TV의 경우 디스플레이 장치에 나타난 영상을 뒷면의 백라이트가 빛을 밝혀줘야 하고, PDP TV의 경우 역시 전극 자체를 발광시켜 줘야만 영상을 보게 된다. 이는 검정색조차도 백라이트의 빛이 없다면 영상을 볼 수 없다는 의미다. LCD와 PDP TV는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백라이트 또는 전극의 밝기를 높여줘야 하기 때문에 검정색까지도 밝아지게 된다. 반대로 백라이트의 밝기를 검정색 수준에 맞춰 낮추게 되면 화면의 선명도가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뿌옇게 흐려지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LCD와 PDP TV 제조업체들은 최적의 중간점을 찾아 백라이트 또는 전극의 밝기를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 파이오니어, 엡손 등 TV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블랙스크린을 부활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 TV에 형광성 백라이트가 아닌 LED를 채택하고, 화면을 64개 부위로 분할해 각 부위별로 밝기를 조절했다. 이 TV에서 배트맨의 검정색 망토 부분의 영상을 본다면 어두운 검정색 부위의 LED는 꺼지거나 최소한의 밝기가 되고, 동시에 밝은 부분은 LED의 밝기를 높여줌으로써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한마디로 동시에 실감나는 검정색 음영을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일본 파이오니어의 PDP 패널 역시 이 같은 빛 조절 기술을 활용한다. 통상 플라즈마 패널은 가장 어두운 상태의 영상조차도 미세한 빛이 있어야만 볼 수 있다. 파이오니어가 개발한 ‘구로(일본어로 검정색)’ 기술은 전극 재설계를 통해 어두운 영상에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빛의 80%를 줄일 수 있게 했고, 최신 필터기술을 통해 선명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블랙스크린을 부활시켰다. 엡손은 ‘홈 시네마 1080 프로젝터’에 장착되는 소형 LCD 패널을 제작하면서 액체 크리스털(액정)의 완벽한 배열 후 증발해 사라지는 용액을 사용했다. 기존에는 액체 크리스털을 롤러로 눌러 패널에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해 액체 크리스털의 배열이 완벽치 못해 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했다. 프로젝터는 소형 LCD 패널에 나타난 영상을 강한 빛을 이용해 영사막에 확대시키는 형태이기 때문에 액체 크리스털이 빈틈없이 배열돼 뒷면의 강한 빛을 차단해야만 블랙스크린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같은 블랙스크린 기술의 활용에 따라 지하 세계와 같이 어두운 배경 속에 서있는 배트맨의 검정색 망토 끝자락 까지도 LCD와 PDP TV에서 선명히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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