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기능개편의 폭이다. 박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가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현재로서 불분명하다. 단순한 업무영역 조정인지 조직 통폐합은 물론 민영화까지 염두에 둔 건지는 알 수 없다. 기능개편 같은 구조조정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인력감축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추진하기 벅찬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도 반드시 추진해서 성과를 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단순히 특정 기관의 업무를 줄이고 다른 곳으로 몰아주는 소극적인 개편에 국한해서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못 된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단행한 정책금융기관의 기능조정 결과만 봐도 그렇다. 업무중복의 폐해가 극심했는데도 개편작업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이었다. 이마저도 국회에서 미적대는 바람에 원래대로 될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공석인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내정해 정부마저 통합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공기관은 304곳이다. 기업집단 서열 2위인 한국전력의 계열사는 24개나 되고 22위인 코레일은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공공기관이 존재해야 하고 계열사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변죽만 울리는 기능개편으론 공공기관 정상화는 어림도 없다. 업무조정을 넘어 존립근거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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