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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일을 해 본 사람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그는 일을 참 잘했다. 역대 서울시장중 어느 누구도 상상 조차 못했고, 엄두를 못 냈던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제를 그는 거뜬히 해치웠다. 그 덕분에 우중충하던 청계천 일대는 도심속의 휴식공간으로 부활했다. 또 승용차와 버스가 뒤엉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 할 수 없었던 출근 길도 웬만한 변두리에서 출발해도 도심까지 넉넉잡아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물정 모르고 폼 잡는 이는 안 돼 대다수 서울시민들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를 선택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고, 그가 이뤄낸 성과에 갈채를 보냈다. 그가 지금 이 순간까지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2008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일을 해 본'사람이고 대통령에 뽑아 놓아도 서울시장 때 처럼 일을 잘 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일이라는 것은 해 본 사람이 안 해 본 사람 보다 더 잘 할 수 밖에 없다. 일을 해 본 적이 없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갑자기 일을 잘 하는 경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제갈량 처럼 놀기만 하던 사람이 군사라는 감투 하나 썼다고 갑자기 능력자로 변신하는 것은 그야말로 삼국지 같은 중국식 허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만 될 수 있다면 누구도 오랜 시간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 능력의 진화라는 것은 절차와 단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하루 하루 열심히 일하고, 오랜 시간 궁리를 해야 겨우 남 보다 조금 나은 능력을 지니게 된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능력이 출중해서 해보지 못한 일을 맡겨도 척척 잘 해내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대개 범인(凡人)들의 능력이란 자신이 지닌 경험의 경계 밖으로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다.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복을 뽑는 선거 때 마다 후보자의 경력을 기재하고, 유권자들은 그 것을 바탕으로 투표를 한다. 그 처럼 고르고 골라 뽑아도 자리의 용량이, 선택된 이의 역량을 초과하면 당선자는 헛발질을 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지역감정이나 학연, 혈연 같은 감성적 판단, 패거리 심리로 공천을 하거나, 주권을 행사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선지 우리는 그냥 저냥 놀다가 재수 좋게 당선된 이들이 떨거지 인사로 결국은 조직을 말아먹고, 장렬히 산화하는 것을 숱하게 보아 왔다. 내년 능력 지닌 지도자 뽑아야 내년 4월과 12월에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그때까지는 아직 까마득한 시간이 남아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성급한 감도 들지만 우리는 내년 선거에서 반드시 일을 해 본 사람을 뽑아야 한다. 건달인지 선량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이 말아먹은 국정을 살펴 봐도 그렇고,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제를 생각해도 그렇다. 일 좀 한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았는데도 살림살이가 이렇게 팍팍한데 세상 물정 모르고 폼만 잡거나, 여의도에서 싸움질이나 일삼던 이들을 또 다시 그 자리에 앉힌다면 이 나라의 앞날은 안 봐도 훤하다. 국가라는 거대한 인격체의 뜻을 경외감으로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를 뽑기 위해 모든 국민은 지금부터 다짐하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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