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요기업 주총 이모저모] 기업부실 책임공방 열기
입력1999-03-21 00:00:00
수정
1999.03.21 00:00:00
20일 일제히 열린 주요기업들의 올 주주총회는 상호 감정이 격앙됐던 지난해와 달리 논리적으로 상호주장을 개진하는 등 매우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무엇보다 기업부실에 따른 경영진의 책임문제.
경영책임을 다지면서 경영투명성을 보장키위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회 실시 등의 사안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하는 참여연대측의 사전포고로 큰 관심을 모았던 주요 기업의 주총모습을 스케치해본다.
○…삼성전자 주총은 참여연대의 대표격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참석, 장기전을 예고. 회사측도 이에 대해 미리 점심식사용으로 빵과 음료수를 지급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
특히 개회 초반부터 삼성전자와 참여연대측이 신경전을 벌여 오전내내 1호 재무제표 의안도 통과시키지 못하자 13시간30분을 기록하며 기네스북까지 오른 지난해 주총시간기록을 경신할지에 관심이 집중. 그러나 오후 4시를 넘어서며 4호 의안부터 빠르게 처리돼 8시간45분만인 오후 5시45분에 마감하자 삼성전자측은 다소 안도하는 모습.
○…참여연대측은 「유령이사론」을 들며 책임경영체제 미흡을 성토. 참여연대측은 지난해 이사출석 상황을 도표까지 동원하면서 『5명의 대표이사, 14명의 이사, 4명의 사외이사, 3명의 감사 가운데 단 한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7명이나 된다』고 지적.
특히 『李회장과 이학수 이사는 대표이사이면서도 단 한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런 사람들을 유령이사라고 부른다』고 비난. 삼성전자측은 이에 대해 『李회장은 대외업무 및 장기적 투자, 李이사는 그룹구조조정을 담당한다는 이사회 내부규정에 따라 불참한 것』이라고 해명.
○…삼성전자 주총에서 참여연대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해 내놓은 수정의안은 참석주주중 14.99%만 찬성, 끝내 무산. 참여연대측은 수정의안의 취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으나, 결과는 냉담한 반응. 張교수는 이에 대해 『마지막에 삼성전자쪽으로 돌아선 5%의 외국주주를 제외하면 예상했던 대로 나왔다』며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향후에도 참여연대의 핵심운동이 될 것』이라고 강조.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전자회사답게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첨단고속집계시스템을 선보여 주목.
삼성은 이날 주총에 삼성SDS와 공동으로 개발한 「OCR리더기」를 도입, 운영요원을 투입해 지난해 1시간이상 걸렸던 투·개표 소요시간을 30분정도 단축.
이에 대해 대부분의 주주들은 『전자회사다운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 주주들은 『주주번호 오기(誤記) 등으로 수작업을 거치는 바람에 예상보다 집계시간이 더 걸렸고, 전산처리과정에서 장내 멀티비전을 통해 주주번호가 드러난 것은 개인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항의.
○…참여연대측이 의안건별로 이의를 제기하자 기흥반도체공장 사원대표가 발언권을 얻어 『직원까지 죄인 취급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 이 직원은 『그동안 구조조정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1만9,000명의 고통을 소수주주들이 얼마나 이해하느냐』며 『지금은 주주와 경영진, 직원들이 혼연일체로 회사를 이끌어 가야할 때』라고 고 강조해 참석주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관심을 모았던 SK텔레콤 주총은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3시간만에 마무리.
김주영 변호사 등 8명이 참석한 참여연대 대표들은 계열사로의 부당내부거래 혐의, 기부금 과다지출, 낮은 현금배당률 등을 집중 추궁, 초반 분위기를 긴장시켰다.
金변호사는 『계열사인 SKC&C에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에 달하는 사업권을 주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공시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윌리엄 황 타이거펀드측 대표도 『전문 식견이 없는 회사 임원들이 외부전문가의 조언없이 컴퓨터 네트웍 장비를 매각, 결과적으로 싼 가격에 SKC&C에 장비를 넘긴 것 아니냐』고 지적.
이에대해 회사측은 『전산 아웃소싱차원에서 인력과 장비를 넘긴 것이며 가격은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했다』고 해명.
소액주주들은 또『1,5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고도 주주들에게는 겨우 75억원의 현금배당을 하면서 왜 기부금을 350억원씩이나 사용했나』면서 출처와 금액을 제시하라고 요구.
이에대해 조정남 SK텔레콤 사장은 『한국의 경영현실이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뜨거운 이슈였던 집중투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참여연대와 타이거펀드측이 공동전선까지 펼쳤으나 표대결에서 찬성 72.87%, 반대 24.29%로 부결. 회사측은 그러나 정관변경이 없는 한 2001년 주총부터 집중투표제 도입을 약속.
○…현대중공업의 제25기 주주총회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끝나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 울산 한마음 예술관에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주총은 45만에 종료됐는데 현대 관계자들은 『기아자동차 인수참여 불가를 주장해온 참여연대측 제안을 현대가 자진 수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날 주총회장에는 참여연대측에서 10여명이 참석, 집중투표제와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 등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회사측을 긴장시켰다.
참여연대측은 정관개정안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는 안건이 상정된데 대해 『소액주주 보호와 배치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해 경영진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경영진은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는 아직 이의신청 중에 있기 때문에 판결이 있은 후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예봉을 피했다.
참여연대측은 또한 임원들의 배상책임보험료를 회사가 대신 내주는 것도 규칙위반이라고 지적하는 등 각 안건별로 이의를 제기, 경영진들이 땀을 흘리게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주총에서 12% 배당과 당기순이익 1,109억원 등을 골자로하는 25기 재무제표를 승인받았으며 소액주주 보호조항과 중간배당제 실시, 스톡옵션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하는 정관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주)대우의 35기 주주총회는 부실회계 감사에 대한 「참여연대」측의 강력한 반발과 낮은 배당에 대한 일부 주주들의 불만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특히 참여연대는 『대우의 부채가 자산재평가 등 장부상의 자구노력을 제외할 경우 800%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며 불과 1년만에 부채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경영진의 해명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또 『일부 해외 자회사의 회계자료가 98회계년도가 아닌 97회계년도 자료』라은 점을 지적하며 감사의 부실 여부를 추궁했다.
이밖에 회사채 발행이 50여회에 이를 정도로 너무 잦았다는 점과 이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 등도 거론됐다.
장병주(張炳珠) 대우 사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위기 상황에서 대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 와중에 대우는 비교적 저렴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참여연대 및 일부 주주들이 이번 주총에 앞서 회사의 잘못된 경영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해주기 위해 준비한 것을 익히 알고있다』고 말해 이번 주총을 위해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웠음을 시사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