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展서 판화 98점 국내 첫선
| 롭스의 ‘꼭두각시를 든 부인’ |
|
| 롭스의 ‘창녀정치가’ |
|
| 뭉크 '마돈나' |
|
| 뭉크의 '흡혈귀' |
|
19C 판화에 새겨진 여성의 치명적 매력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展서 판화 98점 국내 첫선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롭스의 ‘꼭두각시를 든 부인’
롭스의 ‘창녀정치가’
뭉크 '마돈나'
뭉크의 '흡혈귀'
아담을 유혹해 무화과를 먹게 했던 이브의 후손들은 서양 문화사에서 원죄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퇴폐적 상징주의가 휩쓸었던 19세기 유럽, 남성의 시선으로 본 여성은 어떤 이미지로 비쳤을까. 그 궁금증의 한 답을 주는 전시가 덕수궁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롭스와 뭉크:남자와 여자’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 여자는 남자를 파멸시키고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팜므 파탈’ (남성을 유혹해 극한상황으로 몰고 가는 숙명의 여인)로 묘사됐다. 그 시기에 활동했던 벨기에의 풍자만화가이자 판화가 펠리시앵 롭스(1833~1898),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898)의 작품 속에서도 여자는 늘 ‘악의 꽃’이었다.
전시에는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롭스와 뭉크의 판화 98점이 선보인다. 롭스는 판화 제작은 물론 판화의 재료를 직접 개발하는 등 당시 판화전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100년 전 유럽의 판화를 통해 19세기말 유럽화단의 경향과 표현주의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두 작가는 팜므파탈을 통해 세상을 풍자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창녀가 눈을 가린 채 돼지에게 이끌려가는 장면을 묘사한 롭스의 대표작 ‘창녀정치가’는 남자를 유혹하는 여성의 사악함을 극대화했다. ‘꼭두각시를 든 부인’은 칼을 숨긴 채 꼭두각시를 치켜들고 있는 여자를 묘사해 여자는 남자를 파멸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벌거벗은 여성에 둘러싸인 난장이들의 괴기스러움을 표현한 ‘사티로스의 어머니’는 여성에게 유혹당해 지옥에 떨어진 남성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뭉크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작가를 평생 따라다녔던 여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뭉크는 어릴 때 겪었던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으로 평생 불행과 죽음의 공포를 떨치지 못했으며,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되는 작품중 그의 대표작 ‘생명의 춤’에서 그의 여성관이 잘 드러나 있다.
춤을 추며 남자를 이끄는 흡혈귀 모습의 여성을 등장시켜 팜므파탈의 유혹과 관능미를 표현하고 있다. 뭉크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절규’는 못 왔지만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마돈나’ 2점과 어려서 죽은 누나의 옆 모습을 그린 ‘병든 아이’, 10대 소녀가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는 ‘사춘기’ 등 주요 작품의 판화 버전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전시 기간동안 롭스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판화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이 소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입력시간 : 2006/08/15 17:58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