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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각료회의 D-7] 국영기업 우대 땐 무역보복… 수산보조금 금지… 곳곳이 지뢰밭

한국 위협하는 조항은

한전·가스공外 정부 입김 센 포스코·KT도 사정권

산업銀 기업 지원·단위농협 우대금리도 시빗거리

연근해 어선 면세유 공급까지 원천 차단 될수도

"한국, 치밀한 논리로 12개국 추가개방 요구 막아야"

세계 최대 경제통합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위한 각료회의가 오는 30일부터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개최된다. 지난 7월 하와이 회의에서 각료회의를 마친 각국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연간 무역규모가 1경2,100조원(10조1,8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통합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협정 조항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국영기업(SOE) 우대 금지와 어업용 면세유 제공 금지 등은 한국에 극히 불리한 것이어서 앞으로 한국이 TPP 참여를 위해 국내 비준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상당한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와 학계에 따르면 TPP 협정문에 △국영기업 우대 금지 △부당한 규제 철회 요청권 △수산 보조금 금지 △의약품 자료 보존기간 연장 등 국내 산업을 위협하는 조항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국영기업 우대조치 때 무역보복이 가능하다는 조항은 전기와 통신 등의 분야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큰 한국에 치명타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TPP는 국영기업 기준을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소유 또는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규정, 정부 정책으로 기업이 시장 경쟁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TPP 회원국들이 상계관세 조치 등 무역보복을 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전력정책을 뒷받침하는 한국전력과 국내 가스수급을 책임지는 가스공사, 정부의 입김이 센 포스코·KT까지 무역보복 사정권에 들 수 있는 셈이다. 적용 분야를 금융까지 확대하면 산업은행을 통한 기업 지원과 지역 단위농협 조합원들에 대한 금리우대 조치 등도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회원국에서 신설되는 규제가 정당성이 없을 때 다른 회원국들이 철회를 건의할 수 있는 '규제조화'도 TPP 협정문에 포함됐다.

'수산 보조금 대한 포괄적 금지(Catch All)' 조항도 문제다. TPP 협정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불법(IUU)어획과 과잉어획에 대한 어업 보조금을 금지한다. 하지만 불법·과잉어획 금지 대상이 고래와 같은 '어종'인지, 면세유 공급 같은 '어획 행위'인지는 TPP 국가들끼리 정한다. 세부규정에 따라 연근해 어선 면세유 공급 등 정부 보조금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 의약품특허권과 연결되는 생물의약품 특허자료 보존기간(data exclusive)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5년)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내부에서는 경쟁국인 일본에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TPP에 참여해 '누적원산지' 혜택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TPP는 양자 FTA와 달리 누적원산지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한미 FTA에서 자동차가 관세 혜택을 보려면 한국과 미국에서 조달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TPP는 12개 회원국에서 조달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이면 12개 국가에서 모두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TPP가 체결되면 일본은 베트남 등에서 조달한 싼 부품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미국과 호주 등 모든 회원국에 관세 혜택을 받으며 팔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 TPP는 한국이 FTA 체결로 우위를 점한 시장을 한 번에 뺏어올 수 있는 카드다.

다만 참여 과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TPP의 추가 참여는 12개 회원국이 이미 정한 협정문을 수용할지를 결정한 후 개별 민감품목들에 대해서만 회원국과 양자 협상에 들어가는 형식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협상 때 상당히 불리한 수성전(守城戰)을 치러야 한다. 국내 시장과 산업을 최대한 보호하는 동시에 TPP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는 회원국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TPP는 우리 시장의 추가 개방을 노리는 12개국의 요구를 치밀한 논리로 물리쳐야 하는 수비전"이라며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면 국내 시장만 열어주는 출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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