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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7월 27일] 실패를 권장하는 기업
입력2009-07-26 17:36:54
수정
2009.07.26 17: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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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7월 27일] 실패를 권장하는 기업
이학인 산업부차장 leejk@sed.co.kr
2ㆍ4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국내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불황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많은 매출ㆍ이익을 올렸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무더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마른 수건조차 한번 더 쥐어짜는 원가절감과 위기에도 움츠리지 않는 과감한 마케팅, 그리고 원고ㆍ엔저 등 우호적인 대외여건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성적들은 해외 경쟁업체들을 압도하는 것이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때문에 조만간 우리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마저 낳고 있다.
과연 우리 기업들이 세계가 인정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돼야 하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초일류 기업이라면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시장을 열어나갈 창조력을 갖춰야 하는데 대개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선발주자들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면서 성장한 전형적인 '발 빠른 후발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 반도체업계의 1ㆍ2위인 인텔과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신용인 박사는 최근 그의 저서(삼성과 인텔-과거의 성공, 현재의 딜레마, 미래의 성정전략)를 통해 "삼성은 발 빠른 후발주자로서 더 이상 큰 성장을 할 여지가 별로 없게 됐다"며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는 창조력이 강한 선발주자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
그리고 창조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종사자 개개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혼다자동차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실패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권장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자만심과 방심에서 생긴 일이라면 용서할 수 없지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다 떨어진 것이라면 고귀한 경험으로써 장려할 만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날개 위에 엔진을 단 초소형 제트기 '혼다제트', 세계 최초의 인간형 로봇 아시모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발상과 도전을 가능하게 했던 혼다의 사풍(社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다의 경우처럼 실패를 용인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아갈 때 한국산 세계 초일류 기업이 하나 둘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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