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사냥은 즐겁다. 그러나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대마는 여간 해서는 잡히지 않는다. 대마를 잡겠다고 칼을 뽑아 든 이세돌이나 어디 한번 잡아보라고 버티고 있는 황이중이나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흑1로 받았을 때 이세돌은 8분을 생각하고 슬그머니 백2로 손을 돌렸다. 포위망을 공고히 만드는 수순이었다. 계속해서 백4까지 선수로 활용하고 또 생각에 잠긴다. 5분만에 이번에는 좌변으로 손을 돌려 백6으로 응수를 묻는다. 역시 포위망을 정비하는 수순이다. 흑7은 공연한 수순 같지만 깊은 수읽기가 뒷받침이 된 수순이다. 그냥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백은 2에서 4로 끊는다. 백10까지 되고 보면 흑 2점이 고스란히 잡힌 모습이다. 미리 실전보의 흑7과 백8을 교환해 놓으면 그 사고가 예방된다는 것을 확인하시기를. 백10은 유인의 수순이다.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면 백2로 끊을 작정이다. 백 2점을 3점으로 키워서 진상하고 그 대신에 백8과 백10의 활용을 선수로 얻어낸다. 그리고 백12로 틀어막으면 중앙의 흑대마는 그대로 절명이다. 흑13은 생략할 도리가 없다. 15 이하 19도 모두 절대수순이다. 이 모든 응수를 강요하고 나서 이세돌은 드디어 백20으로 필살의 일격을 가했다. "이젠 정말 죽었겠지?"(조훈현) "죽었어요."(최명훈)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마불사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황이중은 교묘한 수순으로 이 흑대마를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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