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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LG, 다툴 틈 있나

"저팬디스플레이가 얼마나 의지를 갖는지에 따라 (한국과 일본 업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격차는) 달라질 것입니다."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이 지난 2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최한 이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저팬디스플레이가 중소형 LCD 사업으로 출발하지만 향후 OLED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 말이다.

이날 제3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에 선임된 조 사장은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OLED 사업 진출이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경계의 시각도 함께 견지했다.

조 사장의 걱정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요미우리신문은 소니가 OLED TV 양산을 위해 대만 LCD 패널 생산 업체 AUO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업체들을 좇기 위한 일본 소니의 추격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휴로 소니의 기술력과 AOU의 효율성 높은 생산시스템을 결합해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항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쪽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OLED 사업을 위해 정부의 지원아래 19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연구조합을 만들었다. 다음해에는 OLED 제품이 중국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SMD와 LG디스플레이(LGD)는 '기술유출'을 둘러싸고 집안 싸움에 여념이 없다. SMD에서는 LG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기술을 탈취해갔다고 주장하고 LGD에서는 삼성의 기술을 빼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면서 법정다툼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시비비는 명확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국내업체 간의 이런 다툼이 일본과 중국의 경쟁업체들에 추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든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한순간 방심으로 시장의 판도가 뒤집힌 사례를 이미 수차례 목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업계 최초로 OLED TV를 내놓았던 소니가 그랬고 한때 세계 가전시장을 주름잡던 파나소닉이 그랬다. 부디 업계 1~2위가 선의의 경쟁을 지속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만은 그런 자충수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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