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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중국산에 대굴욕 안긴 한국제품
[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가다] 사양산업도 阿선 대박상품동남아 임금 절반에 현지 정부 지원봉제·금고 등 사업 아이템 무궁무진
나이지리아ㆍ에티오피아=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케냐ㆍ남아공=임지훈기자 jhlim@sed.co.kr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산 금고를 수입 판매하는 구바비의 고지엠 칠베즈 사장이 창고에 보관중인 한국산 금고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김현상기자
한국에서는 이미 사양산업이 돼버린 분야도 아프리카에서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상당수 국가들의 산업구조나 소비수준이 아직 한국의 1960~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에서 20년 가까이 중장비 임대 및 수리업체인 아도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신 사장은 "에티오피아는 1억~2억원 규모의 적은 자본만 갖고도 부지런히 뛰어다니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라며 "심지어 중국인들은 단돈 2,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양초나 성냥ㆍ이쑤시개 공장 등을 운영하며 쉽게 돈을 버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즉 한국에서는 이미 사양산업으로 천대받는 업종일지라도 아직 경제발전 속도가 더딘 아프리카에서는 대박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케냐에서 7년간 빨대 생산업체 리치몬드를 운영하고 있는 윤경섭 사장은 "헌 기계 구입비 1억원과 자본금 2억원 정도면 케냐에서 훌륭한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다"며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 퇴직한 분들이나 기술이 있는 분들이 아프리카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면 인생의 이모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진출 유망 분야로 봉제산업이 꼽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에티오피아 봉제업체 BM의 류환명 대표는 "국내 의류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겨가고 있지만 최근 이들 국가에서도 근로자 임금이 오른데다 부가가치가 낮은 섬유산업을 점차 천대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며 "동남아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수준과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등을 고려하면 아프리카만한 생산기지가 없다"고 말했다.
금고도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발굴한 탁월한 사업 아이템이다. 현재 나이지리아에서 사용되는 금고 10개 중 9개는 한국산 제품이다. 특히 치안이 불안정한 나이지리아에서 튼튼하고 안전하기로 소문난 한국산 금고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7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 범일금고의 수입판매업체인 구바비의 고지엠 칠베즈 사장은 "한국산 금고는 품질이 매우 견고하고 잔고장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나이지리아에서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지만 금고시장에서만큼은 한국산 제품이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했다.
실제 얼마 전 중국의 한 금고회사가 3개월 외상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품을 주겠다고 제의해왔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구바비에서 수입한 한국산 금고는 제니스ㆍ다이아몬드ㆍ피델리티 등 현지 은행에 공급되고 있다.
칠베즈 사장은 "나이지리아 기업체와 관공서를 중심으로 중요한 문서를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고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산 금고의 판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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