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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ㆍ우리은행 미묘한 신경전
입력2003-09-29 00:00:00
수정
2003.09.29 00:00:00
이진우 기자
국내는 물론 중국시장에서까지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이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전후해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발단은 우리은행이 외환은행의 미국 현지법인을 인수하기 위한 검토작업을 벌이면서부터. 우리은행은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미국 내 규정에 따라 외환은행이 미국에서 종합적인 은행업무를 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외환은행의 일부 현지법인 인수를 위한 기초작업을 벌여왔다.
외환은행은 지난 달 우리은행의 이 같은 방침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떡 줄 사람은 전혀 생각이 없는데 김치국 부터 마시는 꼴”이라며 “경쟁은행이 현지 영업망을 존속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매물` 취급을 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이 이처럼 우리은행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던 차에 이번에는 “시중은행에 외국자본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이덕훈 우리은행장의 발언이 또다시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 됐다.
이 행장은 지난 26일 미국 현지법인의 합병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결제수단을 지닌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의 활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중요도 면에서 치안이나 국방과 유사하다”며 “최후의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내릴 때,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이 지배하는) 소유구조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외환은행측은 즉각 “외국자본인 론스타에 매각된 외환은행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다시 발끈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천신만고 끝에 1조원이 넘는 외자를 유치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경쟁은행이 굳이 이처럼 `튀는 발언`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쾌해 했다. 외환은행은 이밖에 우리은행이 자신들의 `아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적잖은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외환은행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외환은행 미국점포의 인수는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얼마든지 내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고 외국자본에 대한 은행장의 발언 역시 개인적인 의견차원에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외환은행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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