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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규칙과 규범 벗어난 17세기 '바로크 미술' 조명

■ 바로크 (임영방 지음, 한길아트 펴냄)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의 제단 위쪽에는 바로크 미술의 꽃이라 불리는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1698~1680)의 조각 ‘성녀 테레사의 법열(The Ecstasy of St. Teresa)’이 있다. 천사의 화살에 가슴이 찔린 성녀 테레사는 영적인 황홀감에 빠져 있다. 무아지경의 테레사는 유려하게 꿈틀대는 옷자락에 휘감겨 있고 그 위로 황금색 햇살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형상이라 극적인 분위기는 절정을 이룬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성녀(聖女)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나 다른 공간에 다른 이름으로 놓였더라면 육체적 사랑을 보여준다고 해도 무방했을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바로크 미술은 장엄하고 신비로우며 웅장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내뿜지만 베르니니의 조각처럼 규칙과 규범을 따르지 않아 “세상에 처음 나온 철부지 어린아이”같이 제멋대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바로크 미술을 두고 서양미술사학자인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고전주의자들이 이 세상을 규범이나 원리로 고정시켜놓으려 했다면 바로크인들은 만물이 유전하는 이 세상 안에서 세상의 자연스러운 변전(變轉)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에게 덧씌워진 이상화된 관념의 틀을 벗고 인간 본연의 모습과 맞닥뜨렸다”고 말한다. 그는 4년여 집필기간을 거쳐 17세기 미술을 중심으로 바로크 백과사전에 해당하는 이 책을 썼다. 17세기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앞세운 르네상스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연결하는 시기로 여러가지 역사적 변동이 많았다. 이 시기에 태어난 바로크 문화는 앞선 시대의 르네상스(Renaissance)가 ‘재탄생’이라는 이름으로 점잖게 고전주의를 되살렸던 것과 달리‘찌그러진 진주’를 뜻하는 포르투갈어(barroco)에서 유래한 명칭처럼 삐딱했다. 합리적인 고전성을 내세운 르네상스에 반발이라도 하듯 바로크는 인간의 감성에 집중했고 비합리성으로 내달렸다. 때문에 낯설고 퇴폐적이며 사람을 현혹시키는 예기치 못한 미술이 생겨났다. 자유로움, 충동, 광기, 신비, 환상 등으로 표현되는 바로크 미술에 대해 한때는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 불경스럽게 여겨진 적도 있었다. 이 같은 바로크의 기괴함은 구체제를 벗어나는 불안감과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의 공존이 빚은 역동성 때문이었다. 책은 바로크가 태동하게 된 종교적ㆍ역사적 배경과 문학ㆍ연극ㆍ음악에서 표현된 바로크 예술,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절정을 이룬 바로크 예술, 유럽 및 그 외 지역의 바로크 미술로 구성돼 있다. 작품과 건축물이 컬러 도판으로 다채롭게 담겼다.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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