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금융계 전직 CEO(최고경영자) 및 간부들이 사모펀드 그룹을 구성해 파산 은행 입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중소 은행들의 '줄 도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전직 금융계 인사들이 이를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투자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 이 같은 경향은 최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사모펀드의 파산은행 인수를 촉진하고자 사모펀드에 대한 자기자본 규제를 15%에서 10%로 완화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월가에 폭넓은 투자자 인맥을 보유한 금융계 출신 CEO들을 중심으로 소위 '백지위임 기금(Blind Pool)' 모금에 적극 나서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영업중인 8,000여개 은행중 올 들어서만 120여개가 도산한 데 이어 내년까지 200여개 중소은행이 파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 그룹, 도이치뱅크 등 월가 대형 은행들은 파산 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투자 자금을 형성하기 위해 전직 은행가들을 앞세우고 있다. 오랜 은행 경험을 갖고 있는 전직 간부들을 통해 파산 은행인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 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CEO들은 JP모건의 윌리엄 해리슨 전 CEO, 와코비아의 로버트 스틸 전 CEO, 하이버니아의 허브 보드스턴 전 CEO, 뉴 올리언스 지역 은행의 전 CEO 등이다. 특히 이미 플로리다에 있는 중소 은행들을 다수 인수해 억만장자가 된 앤드루 빌도 파산 은행 인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빌은 현재 45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 올해 포브스지 선정 52대 미국 갑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산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는 전직 은행계 인사들은 백지 위임 기금을 모금해 지주회사를 만들어 입찰에 나서는 특징을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NBH홀딩스. NBH는 H.F.아마슨 전회장이자 CEO인 찰스 리네하트와 캘리포니아 쓰리프트홀딩스의 전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케빈 투메이 등 전직 간부들을 내세워 사모펀드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70명의 투자자들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무슨 회사의 무슨 주식을 얼마만큼 사더라도 투자자들이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들이 모은 돈은 2년 내에 투자를 하거나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NBH는 최근 조지아의 오랜 은행 한 곳을 3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제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심슨 대처앤 바틀렛의 마이어슨 금융자문변호사는 "앞으로도 향후 몇 개월 동안 수백개의 중소은행들이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일단 경제와 금융 시장이 안정화 추세로 돌아서면 파산 은행을 싼 값에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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