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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 날씨 자료만 하루 8만장… 선택과 집중에 예보 정확도 달렸죠"

기상예보 분석관의 하루 일과<br>비·눈 등 데이터 24시간 체크… 예상 기온·강수량·적설량 제시…<br>단기예보 91% 맞춰 세계 7위<br>폭우 등 극한 기상 예측 위해 한국형 예보모델 개발도 나서


기상청 예보국 예보 브리핑 모습.

기상청 예보국 소속 예보분석관.

경칩(驚蟄)이 지났지만 날씨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다. 간간이 비까지 내리면서 평소 뉴스라고는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도 일기예보만은 꼼꼼히 챙기게 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과연 일기예보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또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일기예보의 창조자는 기상청, 그 중에서도 단연 예보국 예보분석관들이다. '날씨 주치의'를 자처하는 이들을 만나 예보가 잉태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24시간 분석 릴레이=기상청 예보국의 아침은 분주하다. 오전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예보 브리핑이 시작되고 예보분석관들과 정책ㆍ기술 담당 예보관들이 모두 모여 하루 혹은 한 주간의 날씨를 논의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전 내내 분석 릴레이가 이어진다.

기상청 소속 예보분석관은 총 6명. 이들의 리더인 정관영 예보분석과장은 "예보분석관의 주 업무는 측정된 자료에 기반해 대기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것"이라며 "이런 업무는 날마다 매우 규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상청은 1시간 간격의 초단기 예보, 하루 기준의 단기 예보, 한 주 기준의 주간 예보 등을 내보낸다. 지난 2008년부터는 3시간 단위로 전국 3,527개 지역의 세부 날씨를 예보하는 '동네 예보'도 시행 중이다. 이 예보들이 모두 정 과장을 위시한 예보분석관팀의 손을 거친 산물이다.

예보분석관의 주 업무 중 하나는 '특이기상 가이던스'의 작성. 특별한 기상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탐지해 정확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다. 나날의 정확한 기온ㆍ강수량ㆍ적설량 등이 전부 여기서 나오며 분석관들의 가이던스를 종합해 오후4시 무렵 최종 예보가 확정된다.

물론 이후에도 저녁까지 분석은 계속된다. 당일 날씨에 대한 사후 분석 혹은 내일의 날씨와 유사한 과거 사례 분석이 이뤄진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세계 랭킹 7위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단기예보는 평균 90.7%, 주간예보도 평균 79.6%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처럼 정확한 예보는 전국 육해공에 설치된 기상관측시스템과 기상위성을 통한 기온ㆍ기압ㆍ습도ㆍ풍향ㆍ풍속 등 기상데이터의 수집에서 시작된다. 각 데이터가 기상청 중앙서버로 취합되고 이를 바탕으로 현황 분석에 돌입하는 것.

데이터양이 방대한 만큼 분석에는 슈퍼컴퓨터가 동원된다. 정 과장은 "기상청은 2010년 도입된 슈퍼컴 3호기 2조, 즉 현업용 '해온'과 백업 및 연구용 '해담'을 운용하고 있다"며 "초당 연산속도가 국내 슈퍼컴 중 최고인 758테라플롭스(1초에 758조회의 연산 수행)에 달해 무수한 자연법칙을 계산, 가상일기도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글자 그대로 가상일기도다. 실제 예보 가이던스의 작성은 이를 분석해 향후 기상변화를 판단하는 예보분석관의 몫이다. 예상 강수량이나 적설량도 이들이 결정한다. 정충교 예보분석관은 "슈퍼컴이 큰 틀을 잡으면 예보분석관의 경험과 노하우, 과거 통계자료 등이 더해져 정확한 수치가 산출되는 메커니즘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예보분석관들은 한 가지 고충에 직면한다. 슈퍼컴이 하루에 쏟아내는 자료가 무려 8만장에 이른다는 게 그것이다. 정 분석관에 따르면 이에 맞서는 해법은 '선택과 집중'. 비ㆍ눈ㆍ태풍ㆍ우박 등 특이기상을 선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혹시 분석관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는 경우는 없을까. 김성묵 예보분석관은 "간혹 그런 일이 있다"며 "이때는 어느 분석관의 견해가 더 논리적인지, 충분한 근거를 지녔는지를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밝혔다.

◇한국형 예보모델 개발=현재 예보분석관들을 괴롭히는 최대 골칫거리는 폭우ㆍ폭염 등 최근 빈발하는 극한 기상 현상이다. 우면산 산사태로 얼룩진 지난해 7월 말의 기록적 폭우와 같은 극한 기상은 기존 시스템으로 대처가 쉽지 않은 탓이다.

김 분석관도 "언제, 어디서, 얼마 동안, 몇 ㎜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는 부분은 비교적 분명히 예측 가능해도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폭우가 시작될지는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난제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이 오는 2019년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특수한 환경적 조건이 반영될 이 모델이 본격 운영되면 기상예보의 정확성이 배가될 것이 확실하다. 정 과장은 "최근 가동을 시작한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 해양기후관측선 기상1호 등에 이어 기상기술이 정보기술(IT)과 융합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분석관은 "기상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내포된 과학이지만 '맞혀야 본전'이라 느낄 정도로 종종 비난을 듣는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과학자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분석관은 올 봄의 특별한 기상징후에 대해 살짝 귀띔해줬다. "4월에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고 5월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일시적 고온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비슷한 과거 100번 사례중 비 온 날 0~100%까지 11단계로 나눠 발표

■ 강수 확률 OO% 의미

오늘날의 예보는 단순히 "내일 비가 옵니다"가 아닌 "내일 비가 올 확률은 ○○%입니다"와 같은 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강수 확률은 실제 비가 내릴 확률이라기보다는 과거의 기상 자료에 근거한 통계학적 수치다. 내일 비가 올 확률을 계산한다면 내일의 기상조건과 유사한 과거 100번의 사례를 조사, 비가 온 날짜를 센다. 100번 중 70번 비가 내렸다면 강수확률이 70%가 되는 식이다. 기상청은 이런 방식으로 강수 및 강설 확률을 0~100%까지 10% 간격으로 나눠 11단계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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