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박관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54)씨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고 29일 밝혔다.
1992년부터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씨(2007년 사망)를 후원하던 조씨는 1993년 북송된 이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1995년 방북했다. 한 달 가량 북한에 머문 조씨는 독일에 망명해 살다가 지난해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귀국한 시점에 체포되고 기소됐다.
조씨의 혐의는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무단 방북한 점, 평양에서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고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한 점 등이었다.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본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찬양ㆍ고무 등에 대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은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 원리에 미춰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평소 이념적 편향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의 단순한 참배 행위는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며 조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어 "이미 고인이 된 북한 지도자의 시신이 안치된 시설에서 소극적으로 참배한 행위만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했다거나 국가의 존립ㆍ안전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속단하기 주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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