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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8·31대책] <9>임대아파트, 양보다 질
입력2005-09-09 17:29:08
수정
2005.09.09 17:29:08
평수 넓히고 품질 높여 부정적 인식 벗어나야<br>단지 규모 늘려 편의시설등 대형화 필요<br>지역내 일반분양 아파트와 적절한 조화도
“판교 신도시는 임대아파트가 많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판교 신도시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다. 또 정부는 국민임대주택지구를 지정할 때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린다.
그만큼 임대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혐오시설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주택의 개념을 소유대상이 아니라 거주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임대주택 건립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판교의 경우 전체 공급주택 2만9,000가구 가운데 무려 절반에 가까운 1만3,000여가구를 임대아파트로 짓기로 했다. 송파 신도시 역시 5만가구 중 임대아파트 비중을 최소 50% 이상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주택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주택은 소유물이자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양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대아파트 평형면적 넓혀야=국토연구원과 대한주택공사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임대아파트 평형이 넓다면 입주하겠다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해 있는 가구의 77.6%가 23평형(전용면적 18평) 이상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일반 가구의 29.1%도 평형면적을 확대하면 입주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3평형 이상 국민임대주택은 수도권에서 총 공급가구 수의 46.9%, 광역시에서는 35% 수준밖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하성규 중앙대 교수는 “현행 전용면적 60㎡(18평) 이하로 돼 있는 국민임대주택 규모를 60~70㎡(18~21평)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는 곳이 많아 주택의 수는 충분하지만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평형을 늘려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필요하다.
평형 확대에 따른 입주자격 완화 및 다양화도 검토해볼 과제다. 현재 국민임대주택 입주자격은 무주택세대주로서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와 70% 이하인 사람으로 돼 있다. 이는 지역적ㆍ가구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좀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국민임대 아파트의 조성단지 규모 역시 현재 100만㎡ 이하로 돼 있으나 이를 200만㎡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한 한성대학교 교수는 “국민임대주택을 대단지로 개발할 경우 택지확보를 쉽게 하고 단지 내 편의시설을 대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형 임대아파트 품질 높여야=그동안 ‘임대는 소형주택으로 저소득층이 사는 곳’이라는 공식을 깨고 중대형 임대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판교와 송파 신도시 같은 요지에 들어서는 신도시 내 중대형 아파트의 30%가 임대아파트로 공급된다. 또 정부는 전국 택지지구개발 때 주거지의 5%를 중대형 임대아파트 용지로 공급하기로 택지개발업무 처리지침을 수정했다.
그러나 중대형 임대아파트의 품질에 대한 우려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간 중형 임대아파트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주는 판교가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흥ㆍ남양주 등에서 중형 민간 임대아파트 용지 입찰이 실시됐지만 업체들이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결국 일반 아파트 용지로 분양됐다. 중대형 임대아파트에 대한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은 한 수요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판교ㆍ송파 신도시에 들어서는 전세형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임대아파트에 대한 관리나 입주 후 서비스 문제 탓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중대형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대상은 중산층 이상의 가구인데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큼 공공임대 아파트의 서비스가 제공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소셜믹스 정착도 관건=임대아파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문제는 개별 아파트를 잘 짓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주거여건 전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역시 잘 갖춰져야 한다.
소형평형의 임대아파트만 한곳에 수천가구가 들어설 경우 슬럼화, 과밀학급, 편의시설 획일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단지 조성시 평형별ㆍ주택공급유형별로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택도시연구원의 김종림 박사는 “계층간 융합 문제는 한 사회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며 “계층간의 주거지 분리는 일종의 사회적 법칙 같은 현상으로 정책을 통해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임대와 일반분양 아파트를 함께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한 주거지역 내 임대아파트가 30%를 넘으면 분양아파트 거주자들이 떠나면서 그 지역이 슬럼화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甄?
이 교수는 “국민임대주택 단지나 공영개발택지의 경우 각각 50, 4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오히려 여러 지역 임대아파트를 배치하는 대신 임대아파트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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