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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현의 승마속으로] <9> 37.5도, 당신의 말은 당신보다 따뜻하다

직접 씻기며 온기 나눠봐야 진짜 승마인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악기에 애정을 갖고 친숙해져야 하듯 말과 친해져야 말을 잘 탈 수 있다. 생명체인 말과 가까워지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몸을 씻겨주고 털을 손질해주면서 무언의 소통을 하는 것이다.

말에서 내린 뒤의 교감도 중요… 맨손으로 목욕시키며 친밀감 형성

심장서 먼 엉덩이부터 물 뿌리고 머리는 거부시 물 직접 닿지 않게

청결 유지하고 감기 막으려면 완전히 말린 후 마방 들여보내야


말에 대한 기본적인 궁금증과 막연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을 것 같습니다. 말에 오르고 내리기, 마장에서 평보로 거닐기, 정지시키기까지 해봤으니까요.

이제 타고 난 말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말에 채웠던 장구들을 분리하고 세차를 하듯이 목욕도 시키고 구석구석 여러 가지 손질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승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말에서 내린 뒤 말과의 교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승마장의 운영 사정상 직접 손질하거나 목욕시키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승마인이라면 꼭 알고 거쳐봐야 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말의 체온은 사람보다 1도 높은 37.5도입니다. 그래서 말은 당신보다 따뜻합니다. 이를 느끼기 위해 목욕시키면서 맨손으로 말의 몸을 만져보세요.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손질하다 보면 말과 훨씬 친해질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말을 잘 타기 위해서는 말과 빨리 친해져야 합니다. 한국마사회 소속 승마 선수들은 말과 친해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매일 자기가 타는 말을 운동시켜주고 마사지도 해주며 다양한 교감을 하지요.



그럼 나를 태우고 걷느라 수고한 말을 씻겨 볼까요. 말을 타기 전 장구를 올렸던 수장대로 돌아와 장비를 벗겨냅니다. 올릴 때의 반대 순서로 천천히 벗깁니다.

겨울에는 다리와 발굽을 잘 닦아주고 땀에 젖기 쉬운 안장 부위만 손질하지만 더위가 시작되면 찌든 때를 없앨 겸 전신 목욕을 시킵니다. 우선 호스로 발을 적신 후 엉덩이 부위에 물을 뿌려줍니다. 사람이 수영하기 전 심장에서 먼 부분부터 물에 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엉덩이에서 점차 앞쪽으로 옮겨 갑니다. 머리는 수압이 약한 물로 씻기는데 만약 말이 싫어한다면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말 머리 부분은 굴레 때문에 귀 뒤나 뺨 주변 등이 털과 땀으로 엉키기 쉽지만 얼굴에 물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말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젖은 수건이나 솔로 잘 닦아주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흠뻑 물을 뿌려줬다면 다음은 물을 약하게 줄이고 솔질을 시작합니다. 말 전용 샴푸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비누를 이용해 열심히 묵은 때를 제거해줍니다. 솔질을 마친 후에는 수건으로 닦아주거나 솔을 사용해 물기를 없앱니다. 부드러운 솔로 문질러 마무리하면 더욱 좋습니다. 말 목욕의 완성은 완전히 말린 후 마방으로 들여보내는 겁니다.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로 마방에 들여보냈다가 녀석이 뒹구는 바람에 낭패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 온몸에 흙과 똥이 달라붙어 말 그대로 '똥말'이 돼 있었지요. 물기를 완전히 말려주지 않으면 이물질 때문에 피부병이 생길 수 있고 감기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말이 차고 있던 장비를 깨끗이 손질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죠. 안장과 복대·굴레 등 가죽으로 된 부분에 기름칠을 하고 땀에 젖은 재킹(땀을 흡수하고 가죽 안장이 말에 직접 닿지 않게 안장 밑에 까는 덮개)은 빨아둡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하면 다음에 말을 탈 때 기분이 좋고 말 못하는 말도 좋아하는 게 느껴집니다.

소중한 친구인 말을 목욕시키면 말도, 타는 사람도 즐겁습니다. 다음에 탈 때 말에서 윤기가 흐르고 있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아는 사람은 압니다. 37.5도의 체온을 가진 말이 얼마나 따뜻한 녀석인지도 느낄 수 있답니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알면서 점점 진정한 승마인이 돼 가는 것이겠지요.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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