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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인구편차를 3배까지 허용했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인구편차가 최대 2배까지만 허용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선거구당 평균 인구는 20만8,475명으로 하한선은 13만8,984명, 상한선은 27만7,966명이다. 246개 선거구 중 37개 선거구가 인구 상한 초과지역, 25개 선거구는 인구 하한 미달지역으로 62개 선거구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특히 인구가 부족한 농어촌지역 국회의원들은 새로운 선거구 획정으로 기존 선거구를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구 기준으로만 보면 도시는 인구 상한 초과로 선거구가 늘고 농어촌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어촌 의원들, 지역 특성 배려 주장=농어촌지역 국회의원이 중심이 된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은 이달 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할 예정이다. 모임의 여당 간사인 황영철(홍천·횡성) 새누리당 의원은 "헌재의 판결은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에 있어 인구 외의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지방·농어촌·행정구역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준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석(경북 영주) 새누리당 의원은 '농어촌지역은 행정구역 3개 지역의 인구가 하한선에 못 미치더라도 예외로 인정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장 의원은 "일부 지역은 5개 행정구역을 합쳐도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5개 시군을 한 국회의원이 담당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미국의 경우 와이오밍주 등 인구가 적은 주에서 하원은 인구 기준으로 1명을 선출하지만 상원은 지역 대표성을 감안해 2명을 균등하게 선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광역의회선거에서 1개 행정구역에서 1명의 도의원을 선출하도록 예외조항을 두면서 지역 대표성을 배려한 조치를 국회의원 지역구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구를 단순히 행정구역과 인구수를 기준으로 획정하기보다 인구, 지역공동체, 교통, 행정지역 경계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례대표가 뇌관의 핵=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의원 정수 증원,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 등으로 바꾸는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서 행정구역을 고려하며 선거구를 조정하기가 어렵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구도도 변하기 쉽지 않다"면서 "선거구제 개정이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여야 합의가 어려워질 경우 의원수를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국민적 반감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여서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비례대표 의석 수는 13대 총선 75석이었지만 14대 총선에서 62석, 15~16대 총선에서 46석, 17대 총선 56석, 18~19대 총선에서 54석으로 정치상황에 따라 변동돼왔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로운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비례대표 수를 줄이거나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소수 약자를 대변하고 직능대표의 성격을 가진 비례대표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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