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기] "서울 집값 상승 놀랍고 걱정스러워…위험 대비해야"

해외석학에 듣는다 <1>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br> 美 경기회복 속도 느리고 W자형 더블딥 빠질수도<br>주택시장 바닥 아직 멀어 최대 30% 추가하락 우려<br>경기부양책 충분치 않아 출구전략 실행 시기 상조<br>엄청난 위기 겪은 만큼 5년뒤 경제 탄탄해질것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과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주식ㆍ부동산 버블론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저서 제목이자 그의 이론을 설명하는 핵심 용어다.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 연구실로 찾아가 만난 실러 교수는 미국의 경제 위기를 두 가지 이론으로 막힘 없이 풀어나갔다.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과열과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오류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 특히 경제를 돌게 하는 신뢰감인 '야성적 충동'이 스며 들지 않아 미 경제가 지금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이 골자다. 실러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변종(hybrid)'이어서 치유가 어렵고, 특히 더블 딥(이중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주택시장의 바닥은 아직 멀었으며, 심지어 제2차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특유의 비관론을 견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엄청난 위기를 겪은 만큼 앞으로 5~10년 뒤 경제는 보다 탄탄해질 것이라는 '희망의 역설'을 놓치지 않았다. -미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경기에 대한 평가는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업률만 본다면 바닥은 아직 멀었다. 실업률은 내년까지 11%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제에 대한 신뢰감, 특히 소비자 신뢰지수는 많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의 저서 '야성적 충동('에서 지적했듯이 경제는 신뢰를 먹고 사는데, 최근의 소비자 신뢰지수 상승은 좀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개인 저축률이 6%를 넘었다는 것과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신뢰는 충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해도 오랫동안 성장의 속도는 더딜 것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느릴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의 경기침체가 '평범하고 단순한(Garden-Variety)' 침체였다면 이번에는 '변종 경기침체(hybrid recession)'다. 과거의 패턴은 인플레이션이 증가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높이고, 이것이 침체를 야기하다 보니 호경기와 불경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것이 아니다.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은행이 줄줄이 망하고 공적자금을 받아야 했다. 경제를 돌게 하는 신뢰가 결정적으로 무너졌다. -제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경기부양책은 충분하지 않다. 나는 지난 2월 의회에서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때부터 이점을 강조해왔다. 경기 부양의 효과는 매우 더디게 나타나고, 2010년이면 부양의 효과도 사라진다. -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Double –dip)이 나타난다고 보는가. ▦미래를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빠른 경기 회복은 어렵다. 미국 경제는 너무 많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의 끝 자락에서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많다. 'W'자형 경기 곡선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것이 가장 우려된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가. ▦재무부가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상의 시나리오는 올해 10% 하락하고, 내년에 4% 하락한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18% 하락한다는 재무부의 예상은 상당히 잘 짠 시나리오다. 주택 가격의 방향성을 예측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재고 주택은 아직도 충분히 소화되지 않았다. 지금은 헐값이 아니라면 누구도 집을 사지 않는 분위기다. 만약 경기침체가 좀더 오래간다면 주택가격은 다시 한번 더 심하게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이런 투기적 심리가 꺾인다면 몇몇 도시들은 추가로 30%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아직도 오르고 있는데, '비이성적 과열'이 아닌가. ▦집값이 오르고 있다니 정말 놀랍다. 서울의 집값은 국제적으로 봐도 절대로 싸지 않다.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좀 걱정스럽다. 미국은 주택에 투자할 경우 대출의 증권화 등 리스크 대비 수단이 있지만 한국은 집을 파는 것 외에 집값 하락에 대한 헤징(위험회피) 수단이 없다. 위험 노출에 대비하지 않고도 현재의 가격대로 주택을 산다는 것은 걱정스럽다. -뉴욕증시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지금이 주식투자 적기인가. ▦지금 미국의 주가 수준을 과거 10년간 주가 수익배율(PER)에 비교한다면 평균 수준쯤 된다. 그러나 이번 금융 위기가 몇 년간 지속될지도 모를 것이고, 주식 시장이 그렇게 활기찰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주식투자 평균수익률은 연간 7%였다. 기대치를 낮추면 모를까, 주식을 살 수는 있겠지만 과도하게 사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 개인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건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맞춤형 자문을 받는 것이 최상이다. 흥미로운 조언은 아니지만, 한가지 이야기한다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을 분산하라는 것이다. 주식은 국내와 해외로 나누는 것이 좋다. 나 역시 크고 중요한 투자는 분산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석유와 에너지 쪽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미국의 저축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가. ▦80년대 미국의 저축률은 10%수준이었다가 이후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미국인들은 이 기간 동안 빚을 내고도 걱정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인들은 자기 만족에 도취됐다. 저축률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경기 침체는 소비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미국인들은 요즘 앞으로 오랫동안 저축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 경제의 장기 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 신뢰지수가 가리키는 숫자는 분명 뭔가 잘못됐다.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금융 감독 및 규제강화 방안에 대해 저항이 심한데. ▦제대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제 한 걸음 뗀 것에 불과하다. 개혁안이 실현될 지는 불확실하고, 어디까지나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소비자금융 보호청은 매우 좋은 구상이다. 여기에는 정치적으로 큰 논란이 없을 것 같지만 감독 기관간 조율기능을 맡는 연방금융감독위원회(FSO) 등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참여 감독 기관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FRB의 권한 확대에 대해 찬성하는가. 슈퍼 FRB이 되면 통화정책과 감독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 FRB는 통화정책과 감독정책을 모두 수행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만 감시했지, 금융 시스템을 보지 못했다. 두 정책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은 있지만, 이해 충돌로 보기는 어렵다. FRB는 그 동안 정책목표를 인플레이션 억제에만 신경을 썼지, 버블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불행히도 버블은 금융위기를 불렀다. FRB의 역할을 너무 좁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FRB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무리 감독시스템이 좋아도 시장의 진화와 탐욕을 따라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금융 시장에서 초래된 문제는 평생을 책임져줄 기막힌 장치를 하나 개발한 뒤, 여기에 모든 것을 의존하려 했다는 데 있다. 채권 부도에 대비한 보험 장치인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은 모든 위험을 CDS가 풀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은 끝없이 진화하고, 시장에는 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경제학을 '엔지니어링'에 곧잘 비유한다. 우리는 시장 시스템이 위기관리에 보다 능하고, 위험을 보다 덜 지도록 '엔지니어링'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비행기를 한대 만들었다고 치자. 서울에서 뉴욕까지 비행에 성공하면, 매번 비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고치고 관리만 잘한다면 여러 번 서울~뉴욕 비행에 성공한다. 그렇게 몇 번의 연습을 거치면 완벽에 가까운 기술이 된다. 이번 위기 역시 비행기를 고치듯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왜 고장이 났는지, 어떻게 고칠 건지를 파악하고 실행해야 한다. 엄청난 위기를 겪었으니 앞으로 5년, 10년 뒤 경제가 휠씬 좋아지리라고 기대한다. -이번 금융 위기의 교훈을 찾는다면. ▦'비이성적 과열'에서 지적했듯이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시장주위가 최상의 길이라는 인식이 뿌려냈다. 자본주의가 경제 발전과 부흥을 가져 다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장주의를 너무 과신하게 됐다. 사람들은 '주식 시장은 절대 파국을 맞지 않을 것이다, 주택 시장은 절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s Hypothesis)'은 금융 시장에서 통념적인 진리로 변해 버렸다. 시장은 반드시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은 이번 위기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출구전략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데. ▦금리인상은 올해 어렵다. 앞으로 몇 년간 미국 경제는 저 성장에 빠질 것이므로 설령 인플레이션을 막겠다고 금리를 올린다 해도 크게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출구전략 대비는 좋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는 것과 대비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이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물론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공황의 실패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경기가 좀 풀리자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1937년부터 금리를 올리고 경기부양을 중단했다. 신뢰가 절망으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아무도 이런 충격을 원하지 않는다. # 로버트 실러 교수(Robert Shiller)는 누구 IT·부동산 버블 붕괴 예측 '행동경제학' 권위자 지난 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예측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세계적 석학. 2000년 출간된 저서 '비이성적 과열'을 통해 시장이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시장 효율 가설'로 설명할 수 없었던 버블 및 그 붕괴를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분석,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87년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S&P 케이스&실러 지수를 개발한 부동산 대가일 뿐만 아니라 투자회사 '매크로마켓'을 창업,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올해 3월 실러 교수를 '세계경제를 구할 글로벌 리더 50인'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했다. ▦46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생 ▦67년 미시간대 졸업 ▦7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박사 ▦82년~ 예일대 경제학 교수 ▦2005년 미 경제학회 부회장 ▦도이치뱅크 금융경제학상 수상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