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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조셉 스티글리츠 美컬럼비아대 교수
입력2002-05-19 00:00:00
수정
2002.05.19 00:00:00
"아시아國 제2환란 없게 통화공조 필요'"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의 세계 지배에 대항하고 제2의 통화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통화 공조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90년대 미국 주도의 글로벌리제이션이 확산될 때 백악관과 세계은행의 핵심위치에 서 있던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학자로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에 대해 매우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IMF와 세계은행은 미국만이 투표권을 갖고,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며, "IMF내에는 토론이 없고, 일방적인 잘못된 정책을 위기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 IMF와 미국 재무부에 대단히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악관 근무에 앞서 아프리카에 가서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글로벌리제이션에 의문이 생겼고, 저 나름의 시각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 들어가 현실의 문제를 접하게 됐습니다. 나는 미 정부의 대외정책이 국가적 이해와 맞물려 글로벌리제이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글로벌리제이션은 시장 근본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이 밑바탕입니다. 또 글로벌리제이션의 많은 이슈가 개발도상국에 불공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무역 이슈가 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추적하면서 글로벌리즘의 지배구조가 민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IMF 이사회는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부 대표로 구성돼 있지만, 토론이 거의 없습니다.
미 정부가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토론을 거쳐 다른 의견을 많이 수용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루고 있죠.
국제금융기구에는 유일하게 미국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IMF나 세계은행의 정책이 미국 일국의 이해와 목소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도 5개국의 거부권이 있는데 말이지요
그렇다면 IMF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미국이 IMF에서의 거부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변화의 요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일입니다. 중국도 과거보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두번째 변화의 요구는 IMF와 세계은행의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 기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를 결정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더 이상 비밀주의를 유지할수 없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더 이상 이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변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동경에서 동아시아 국가가 미국의 달러 지배에 대항하기 위해 공동 통화를 창설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잘못 전달된 것같습니다. 아시아 공동통화를 창설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협력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시아 통화기금(AMF)의 창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통화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럽이 단일 통화를 유통하고 있는데, 벌써 역기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래에 다가올 통화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서로 통화 협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난 외환위기때 한국의 고금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셨는데요. 최근 한국은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외환위기때 IMF는 한국에 고금리 정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 국면에서 고금리 정책은 잘못된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데, 고금리 정책을 사용하면 부도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IMF는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요구함으로써 우량 기업도 파산할 지경이었습니다.
미국에서도 40%의 금리에 파산하지 않을 우량 기업이 없을 것입니다. 당시 고금리 정책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던 것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에 금리 정책은 과거와 다릅니다. 금리를 통해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고 하는 것은 중요한 금융정책이 될 것입니다.
-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일본 경제도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경제는 고전적 정의를 기준으로 할 때 회복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본도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기 때문에 회복될 듯 보입니다.
그렇지만 기본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경제가 강력하게 회복할 경우, 일본은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미국 경제 침체는 투자와 재고의 두 사이클이 겹치면서 나타났습니다.
90년대말 하이테크 분야, 특히 통신 분야에 설비 과잉이 누적되면서 경기가 하강했습니다. 현시점에서 재고 감축은 거의 끝에 다가와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자본 투자의 과잉, 특히 통신설비 과잉은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미국의 소비는 지난해 크게 증가하지도 않았지만,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경기침체기에 소비가 급감하고, 회복기에 급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소비의 급감도 급증도 없었습니다. 저는 설비 과잉에서 나타나는 문제보다 소비 둔화에 더 비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90년대에 저축을 줄이고, 주식과 연금에 많이 투자,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년동안 주식에서 이득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았습니다.
미국인들이 2년전보다 가난해졌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말 소비가 급증했는데, 그것은 자동차 회사들이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고, 주택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인데, 미국인들이 한사람당 자동차를 3대씩 가질수 없지 않습니까.
아마 올해는 지난해보다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해도 장기 금리가 이미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방정부가 군비를 중심으로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재정적자는 늘고 있습니다.
- IMF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자금 지원을 하면서 예산을 줄이라고 하는데, 올바른 정책으로 봅니까.
▦몇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IMF가 이디오피아에 지원금을 주면서 예산을 깎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디오피아는 당시에 균형예산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디오피아는 IMF 자금 이외에도 영국과 스웨덴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학교며, 병원에 지원했습니다. 이디오피아는 해외 지원이 없으면 예산 적자가 나는 형태였는데, IMF는 자금을 지원해줄테니 예산을 깎으라고 했던 것입니다.
학교나 병원에 대한 지원비용은 10년 이상 장기계획에 의해 추진되고 있었는데, 그 예산을 깎게되면 사업을 할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IMF는 우리가 돈을 줄테니, 예산을 깎으라는 식으로 요구를 했고, 당시 경제학자 출신이었던 이디오피아 총리는 IMF와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IMF가 자금 지원을 하는 나라에 긴축 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거의 공식에 가깝습니다.
경기침체에 빠질 때 예산을 늘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은 최근에 미국도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92년 미국은 경기침체를 극복하면서 재정적자가 GDP의 5%에서 9%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르헨티나를 봅시다. 아르헨티나의 재정적자는 GDP의 3%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IMF는 아르헨티나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예산을 감축하라고 했습니다.
잘못된 처방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IMF 요구에 따라 지난 2년동안 예산을 10% 줄였는데, 그러다보니 사회보장비용이 줄어들고 사회적 저항에 빠진 것입니다.
- 경제 위기가 부패와 정부의 스캔들 때문에 발생한다는 미국 언론들의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캔들과 부패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돌리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봅시다. 한국이 5년전에 IMF 지원을 받을 때 은행이 부패했고, 돌아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질 않습니까. 그렇다면 서구 기업식으로 경영했더라면 한국에 위기가 오지 않았단 말입니까.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 어느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해온 나라입니다. 한국은 자동차를 비롯해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1년간 침체를 한후 다시 성장했습니다. 금융기관이 부패했다고 지적을 받은 나라가 9개월의 아주 짧은 기간에 침체에서 벗어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선진국(OECD) 중에서 이렇게 빨리 가장 빠르게 침체를 극복한 경우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다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보아야지, 부패나 스캔들과 같은 미시적 측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오면 재정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예산 확장정책을 취해야 합니다. 미국도 최근에 양당합의로 경기부양책을 취하지 않았습니까.
- IMF나 세계은행은 외부의 비판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습니까.
▦두 기구에 대해 조금은 낙관적으로 봅니다. 두 국제금융기구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최근에 보여주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첫째, IMF와 세계은행이 스스로의 시각과 발전방향을 새롭게 정리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제가 원하는 방향에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기 위해 개선점을 찾고 있습니다.
IMF도 어느 나라에 은행 위기가 발생할 경우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으로 글로벌 차원의 은행 파산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시아 위기 이후에 두 기구가 글로벌 시장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개혁을 약속했다는 점입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저의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셋째, 두 기구가 세계의 빈곤문제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글로벌 문제에 빈곤층 해결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IMF와 세계은행은 정치적인 기구입니다. 외부의 압력에 약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두 기구는 미국, 특히 미 재무부의 관점에 상당히 경도돼 있습니다.
글로벌 파산제도에 대해서도 미 재무부는 파산제도가 법률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데, 글로벌 단위의 파산제도가 국가간 계약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IMF 지원이 끊어진 아르헨티나는 어떻게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합니까.
▦아르헨티나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려는데 있었습니다.
고정환율제의 메커니즘은 디플레이션을 낳았고, 가격 하락과 은행 도산을 확산시켰던 겁니다. 또 국영 가스회사나 전기회사를 민영화하는 과정에 요금이 올라가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켰던 거지요. 더욱이 IMF가 재정 확대정책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만, 토지, 자본재, 인적 자원 등은 그대로 있질 않습니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들 자원을 활용해서 경제의 엔진을 다시 가동시켜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국가적 자원을 활용하도록 독촉하고, 국내에서 은행의 신뢰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수출을 늘려나가고, 외국 빚을 갚아나간다면 경제가 활력을 찾을 것입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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