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실제 청각장애인의 진단서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속여 보험 사기를 벌이려던 남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들이 보험사기로 편취하려 했던 보험금의 액수만 해도 12억원이 넘었습니다. 정하니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애인 사이였던 윤모씨와 조모씨는 지난해 10월 대구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청각 장애인인 신씨를 내세워 조씨 명의로 청각장애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한 뒤 12억여원의 보험금을 타내려다 경찰에 사기행위가 발각됐습니다.
윤씨와 조씨는 무려 2년에 걸쳐 치밀하게 보험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 대학교 시간강사인 조모씨는 2013년 LIG손해보험과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세 보험사의 CI보험과 상해보험 등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후 같은 해 12월 고등학교에서 축구공에 맞아 양쪽 귀의 청력 80%를 잃은 것처럼 꾸몄습니다. 조씨는 청각손실로 인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자친구 윤씨와 함께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받아줄 청각장애인 물색에 나섰습니다.
남자친구 윤씨는 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실제청각장애인 신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인터뷰] 조현수 경사 / 대구 달서경찰서
1분 40초
인터넷 채팅클럽에서 청각장애인인줄 알고 만나서 커피도 사주고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하다가 자기 본색을 나타내면서 아는 동생이 있는데 장애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조금 모자란데 니가 대신 가서 받아 줄 수 있느냐고 수십번 부탁을 했는데 (신씨는) 거절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승락을 하고 …
[기자]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거짓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이들은 세 곳의 보험사에 총 12억1,2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조씨는 구청에 청각장애 2급 진단서를 제출해 장애급여 180만원을 수령하기도 했습니다. 보험금을 타낼 생각에 들떴던 이들의 사기행각은 조씨의 어이없는 실수로 대구 달서경찰서에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청력이 크게 손상됐기 때문에 컴퓨터 모니터로 질문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조씨를 조사했는데 긴 조사시간에 지친 조씨가 무의식중에 경찰이 묻는 질문을 듣고 대답을 해버린 것입니다.
[인터뷰] 조현수 경사 / 대구 달서경찰서
9분50초
“조사 네시간 이후에는 조씨도 헷갈리고 힘들고 지치다보니 본인도 조심을 한다는 게 깜박하고 진술을 몇번 한 것이죠.”
[기자]
보험사기임을 확신한 경찰은 진단서를 떼어준 대학병원 CCTV를 확보해 관할지역 내 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된 90명의 사진을 일일이 대조한 끝에 윤씨가 청각장애인 신씨를 데려와 진단을 받게 하는 장면을 확보했습니다.
[스탠딩]
윤씨와 조씨는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받아 준 신씨도 병원의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서울경제TV 정하니입니다.
[영상취재 오성재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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