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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공존하는 페미니즘' 모색

김형경지음, '사람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사랑을 선택하는데 무슨 특별한 기준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김형경의 신작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접하면서 단박에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김형경에 대한 독자의 기다림은 3년이나 됐다. 작가가 1999년 6월 돌연 신변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나 2년간의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세월',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문제에 꾸준히 매달려 왔던 김형경은 이번 작품에 무슨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신작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역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엔 남성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일보전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단의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시대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정신분열적 조건'이라고 선언하는 등 그녀 특유의 통렬함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작품은 중ㆍ고교, 대학시절 절친했던 인혜와 세진이라는 30대 후반의 두 여성의 사랑편력이 큰 기둥을 이룬다. 인혜는 성 불능 남성과의 첫 결혼을 실패한 뒤, 수 많은 남성들과 정신적인 사랑보다는 육체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냉소적인 사랑을 나누며 지내다가 진정한 사랑을 믿고 있는 기혼남을 만나 심리적인 혼란에 빠진다. 한편 세진은 지독한 정신분열을 겪고 있는데, 이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가정적ㆍ사회적 억압 탓이다. 생후 18개월만에 외할머니댁으로의 유기, 성폭력 등. 이 모두가 세진을 짓누르고, 그녀의 인격을 둘로 분열시킨 원흉들이다. 세진이 정신과의사의 치료를 받는 장면이 바로 소설의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성의 이중분열'을 극복하는 결정적인 장치이다. 소설은 정신분열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 속에 쌓인 분노와 적개심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혜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세진은 과거의 분노와 억압을 훌훌 털고 유럽으로 길을 떠난다. 이 작품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대립 구도 안에 가두지 않는다. 즉, 남자와 여자는 운명적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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