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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이어 필드서도 일내야죠

■ G투어·KPGA투어 '투잡 프로골퍼' 김민수

스크린골프 대회 G투어 다승·상금·포인트 3관왕

G투어 덕에 퍼트 좋아져 KPGA 상금순위 63위로

"올핸 우승에도 욕심"


"1부 투어 프로가 무슨 스크린골프냐고 핀잔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스크린골프 덕분에 1부 투어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고 든든한 후원사도 생겼어요."

프로골퍼 김민수(24·볼빅)는 한 번에 2개 투어를 뛴다. 정규 1부 투어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골프존이 만든 스크린골프 투어 GTOUR(G투어)가 그것. '투잡' 프로골퍼인 셈이다. 당연히 KPGA 투어가 본업, G투어는 부업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김민수는 지난 16일 끝난 '2013-2014 삼성증권 mPOP GTOUR' 시즌 최종 대회에서 2라운드 합계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올 시즌 전체 9개 대회 가운데 4승을 쓸어담으며 다승과 상금, 대상 포인트까지 3관왕에 오른 것이다. 그가 올 시즌 챙긴 상금은 7,250만원. 지난 시즌 상금 3,053만원을 더해 통산 상금이 1억원을 넘어섰다. 김민수가 처음 G투어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1월. 1년2개월 사이에 1억원 넘게 번 것이니 '억대 연봉'에 가깝다. 2012시즌과 지난 시즌 KPGA 투어에서 김민수가 쌓은 상금은 각각 1,318만원과 2,671만원이다. 두 시즌 동안 필드에서 모은 3,989만원의 세 배 가까운 돈을 스크린골프로 벌어들였다. 골프존에 따르면 G투어에서 통산 상금 1억원을 돌파한 것은 김민수가 최초다.

17일 전화 인터뷰한 김민수는 "제가 지금까지 만져보지 못했던 돈이니까 기분이 좋기는 한데 벌 때마다 1부 투어 경비와 생활비로 써서 남은 돈이 별로 없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도 1부 투어와 G투어를 같이 뛸 것"이라고 말했다. G투어는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0개월이 한 시즌이다. 매달 거의 1개 대회가 열려 전체 9개 대회로 꾸려지며 모든 대회는 토·일요일 1·2라운드로 진행된다. KPGA 투어가 보통 4월에 시작해 11월에 끝나니 G투어와 겹칠 때도 가끔 있다. 김민수는 그러나 "일정이 중복되는 대회는 한 시즌에 1~2개이기 때문에 같이 뛰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김민수는 2년 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경기도 가평의 썬힐GC에서 기숙하며 캐디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도 2008년 세미프로 시험을 통과하고 이듬해 KPGA 정회원이 됐다. 현재 투잡을 뛰듯 그때도 캐디와 프로 지망생이라는 두 가지 신분으로 살았던 셈이다. 김민수는 "무조건 프로 따서 투어 뛰자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세미프로와 정회원 시험 모두 한 번씩만 낙방하고 두 번 만에 통과한 그는 3년 뒤 마침내 1부 투어에 데뷔했다. 넉넉한 환경에서 골프만 쳐도 어려운 것이 1부 진출이다. 더 놀라운 것은 1부에 데뷔한 2012년 여름까지 캐디 생활을 계속했다는 사실. 투어 경비를 마련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평소엔 캐디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그러다 먼저 G투어에 뛰어든 아는 동생의 소개로 새 길이 열렸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김민수는 '스크린골프의 괴물'로 통한다.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은 그런 김민수와 지난해 12월 후원 계약을 했고 커터앤벅은 올 1월부터 의류를 후원하고 있다. 김민수는 "스크린골프 덕분"이라고 했다.

스크린골프는 필드골프와 완전히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스크린에서 백날 연습해 봐야 필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민수는 "스크린도 필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어떤 구질을 구사하면 어떻게 날아가는지 막연하던 게 스크린을 통하면 구체화돼요. 시각적인 효과가 크니까 코스 운영도 꼼꼼해지죠. 그걸로 필드에 나가면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져요." 실제로 2012시즌 KPGA 투어 상금순위 104위였던 김민수는 G투어를 같이 뛴 지난 시즌 상금순위를 63위까지 끌어올렸다. 약점이던 짧은 퍼트가 스크린골프로 좋아졌다는 게 김민수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에는 1부 시드만 유지하는 게 목표였어요. 우승은 여러모로 좀 여유가 생긴 뒤에 욕심내 볼 목표라고 여겼죠. 이제 때가 왔습니다. 올해는 필드에서도 한 번 욕심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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