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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6월 11일] 특허사냥꾼을 기대하며

특허업계에 괴담(?)이 떠돌고 있다. 누구나 알 만한 미국의 한 거대 기업이 소리 소문 없이 전세계에서 돈 되는 특허를 사들이는 ‘특허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 기업은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변신해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 등 우리 기업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회사를 상대로 특허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 이야기는 들려준 모 법률회사의 관계자는 “그 미국 기업이 특허사냥꾼에서 괴물로 돌아서는 순간 한국 기업의 상당수가 사정권 안에 들 것이다”고 말했다. ‘특허괴물ㆍ특허사냥꾼’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우리에게 무척 부정적이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그게 기업으로서 할 일이냐’ ‘지금도 특허괴물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8건이었던 해외 특허소송 피소 건수가 지난해 25건으로, LG전자도 같은 기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특허괴물ㆍ특허사냥을 그저 나쁜 것으로 보고 터부시하는 게 옳을까. 조금만 발상을 바꾸면 특허괴물까지는 몰라도 특허사냥은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이나 정부도 특허사냥 대열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자체 발명을 통한 특허획득은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발명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또 발명을 통한 특허취득은 회사가 추구하는 특정 연구개발 방향에 집중돼 이뤄져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글로벌 산업계는 영역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닌텐도의 경쟁사가 나이키가 되는 게 요즘 세상이고 앞으로 어느 기업이 어떻게 변신할지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발광다이오드(LED)의 뒤를 이어 미래 상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우 원천특허가 현재는 한때 쇠락 위기까지 몰린 코닥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코닥은 OLED 특허로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산업계에 지적재산권이 중시되면서 요즘 대다수 기업이 특허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그 특허경영은 발명을 하고 특허를 내는 데 치중돼 있다. 앞으로 기업 경쟁은 지적재산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이제 우리도 특허경영의 보폭을 넓혀 전세계를 상대로 돈 되는 특허를 사들일 때다. 인수합병(M&A)이 죄악시됐으나 현재는 보편화됐듯 특허사냥도 그저 남의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단 돈 몇달러에 산 특허가 나중에 몇십조원의 가치를 한국 경제에 안겨다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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