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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의 제2도전 “팬택만의 가치 못 만들면 영속 어렵다”

워크아웃 졸업 후 첫 창립기념식 "초심 되찾자" 정신 재무장 강조<br>4월 유통 자회사 '라츠' 출범 KT테크 인수 등 공격경영 예고


박병엽(사진) 팬택 부회장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연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후 3개월 남짓의 동면을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향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밑바탕에는 팬택 가족의 정신 재무장이 깔려 있다.

박 부회장은 29일 "애플과 삼성의 공세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혁신의 가치를 지속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상암동 본사 강당에서 열린 창립 21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의 정신 재무장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팬택 DNA로 불리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함께 타개해나가자는 것이다.

팬택은 지난해 4∙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하고 지난 2011년 매출은 3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4년 8개월 만에 채권단의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며 독자경영을 통해 비상(飛上)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전통의 강호인 노키아의 몰락 속에 애플과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사실상 과점 체제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데다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 부회장은 "대한민국에서 10년 이상 영속한 5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은 1만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한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숱한 기업들조차 이름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품질과 가격경쟁력,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을 상품경쟁력, 경쟁사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팬택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특히 조직의 관료화를 경고하며 창업 초기의 벤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오래된 조직은 관료화하기 쉽고 구성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며 변화와 도전에 인색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며 "관료주의적 사고로 혁신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각자 되돌아 보자"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내외적인 환경이 힘들지만 임직원들이 힘을 합하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상반기에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하반기 이후 시장 상황을 보며 공격 경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KT테크 인수 추진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된다. 또 업계의 관심인 신규 투자 유치 및 박 부회장의 경영권 되찾기 행보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분위기도 좋다. 워크아웃 졸업 후 첫 시험대인 올 1∙4분기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흑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1일에는 유통 자회사인 '(주)라츠(LOTS)'가 신설 법인으로 출범한다. 기존 온라인 라츠몰과 오프라인 라츠숍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유통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는 전창진 국내마케팅 본부장이 맡게 된다. 팬택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진행된 지난 5년간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강하게 만들어 향후 50년 이상 영속할 수 있는 힘을 비축했다"며 "창립 21주년을 맞아 박 부회장을 중심으로 임직원들이 정신을 재무장하고 새롭게 도약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편 팬택은 올해 전년 대비 30% 성장한 매출 4조원, 스마트폰 1,30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올인' 전략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현재 연착륙 중인 미국∙일본에 이어 유럽 등 다른 시장도 공략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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