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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파경

환상의 커플로 비쳐졌던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파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 회사의 분리는 결코 아름다운 합의이혼이 아니다. 지난 98년 380억달러라는 거액에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벤츠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크라이슬러를 내쫓는 격이다. 아이아코카 신화를 낳은 크라이슬러는 다임러그룹에서 분리돼 9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팔릴 운명에 내몰렸다. 톰 라소다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갈림길에서 선 우리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라도 회생과 변화라는 길에 있다”며 다독거렸지만 분리ㆍ매각 외 다른 대안은 별로 없어 보인다. 만약 기업 매수 후 재매각이 전공인 바이아웃(Buyout)펀드에 팔린다면 지금의 동요는 또 다른 홍역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9년 전 두 회사의 결합에 ‘세기의 결혼’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고급차시장을 선도하는 벤츠는 크라이슬러가 구축한 중저가 승용차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크라이슬러로서는 벤츠의 자금력과 기술력을 등에 업고 북미시장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당시 합병의 주역인 위르겐 슈렘프 전 다임러크라이슬러 회장은 크라이슬러 인수 직후 “세계에서 가장 이윤을 많이 내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지금 크라이슬러의 기업 가치는 말이 아니다. 9년 전의 매각 가격의 20%에도 못 미치는 60억달러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파경으로 끝나게 된 원인에 대해 분분하지만 ‘성격 차이’라는 아주 평범한 이유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환상의 커플은 결혼 9년 내내 불화에 시달렸다. 미국과 독일의 이질적인 문화는 조직원간 충돌과 불화를 낳았고 그 과정에서 80년대 크라이슬러의 위기를 구한 옛 임원진이 퇴장하면서 경영 공백까지 초래했다. 장점을 공유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기대했던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온데간데없고 벤츠가 번 돈을 크라이슬러가 까먹으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 주가까지 반토막 났다.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결별을 계기로 세계시장에 거세게 부는 인수합병(M&A) 열풍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M&A를 통한 덩치키우기는 글로벌 경제의 화두다. 그러나 크라이슬러가 걸었던 비운의 역사는 대형화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창업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는 말은 M&A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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