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의 경우에는 지난해 3월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금융ㆍ경제ㆍ경영ㆍ회계 등의 전문가로 구체화하는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어 발표했지만 권력기관 출신 위주의 사외이사 선임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내부 건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여전히 외풍을 막는 방패막이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 가운데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김수장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김용재 중부지방청 납세자보호담당이 사외이사다. 동양생명은 강병섭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김호식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사외이사로 재직해 있다. 동부화재에는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 이수휴 전 보험감독원 기획조정국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있다.
증권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달곤 전 장관과 이동근 전 서울지검 서부지청장 등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대신증권 역시 김성호 전 장관, 황인태 전 금융감독원 전문위원 등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현대증권은 김병배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박충근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했고 삼성증권은 이영균 전 한국은행 부총재와 부산지검 검사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의 경력이 있는 신창언 변호사가 사외이사다. 이와 함께 우리투자증권에는 임성균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정인학 전 한나라당 언론특보가, 유진투자증권에는 이홍재 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권력기관이나 정치권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전문성을 고려하면 해당 업무를 경험했거나 법률ㆍ학문적 지식이 풍부한 인물이 후보군으로 자연스럽게 압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와 함께 증권ㆍ보험사가 사외이사를 내부 운영에 대한 견제세력이 아닌 외풍을 막는 보호막으로 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맞선다. 감시 기능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외이사가 경영 현안에 대해 찬성 의견만을 내고 있는 것은 감시보다는 거수기 역할에 머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예컨대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와 삼성ㆍ현대ㆍ동부ㆍ메리츠ㆍLIG 등 5개 대형 손보사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한해 동안 개최된 모든 이사회 및 위원회에서 대부분 찬성만을 표시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중에는 공직에 있을 때 관련 분야 일을 한 인물도 있지만 권력기관 출신이 선임됨으로써 외풍을 막는 보험용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