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경제성적표(지표)를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성장률만 다소 나아졌을 뿐 일자리ㆍ재고 등 나머지 대부분의 실물지표들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상적인 성장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과는 달리 가계ㆍ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파업, 비 피해 등으로 인해 이달 말 발표되는 7월 주요 경제지표들은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가계나 기업이 느끼는 경기위축 속도도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순취업자 증가폭 4만명 그쳐=올 상반기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높았다. 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취업자는 5만~6만명가량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가 최소 10만명 정도 증가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올 상반기 취업자는 전년 동기간 대비 30만7,000명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취업자가 지난 2004년 대비 26만2,000명을 기록, 순취업자 증가폭이 4만5,000명에 그쳤다. 내수소비도 신통치 않다. 산업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중산ㆍ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할인점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간에 비해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백화점은 8.0% 늘었는데 이는 명품 등 고가 판매 신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고 빠른 속도로 증가=올 상반기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연속 추락했다. 전년동월비 선행지수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2005년 상반기의 경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종합지수로 봤을 때도 올 상반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당장 이는 산업계의 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재고지수가 2005년에는 1ㆍ4분기 125.7에서 2ㆍ4분기 125.4를 기록, 감소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130.4에서 134.9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서울ㆍ경기 등 주요 지역에서 재고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적인 예로 자동차 재고물량은 2005년 상반기 9만4,743대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9만8,048대로 3.5% 증가했다. 특히 대형 승용차는 재고가 7.3% 늘었다. 경기침체를 의미해서인지 소형 승용차만 잘 팔렸다. ◇건설투자 부진 심각 수준=성장률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건설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올 상반기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 줄었는데 문제는 부진이 쉽게 해소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문별로 보면 공공 부문 21.1%, 민간 부문 5.8%, 민자 68.4% 등이 줄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공ㆍ민자 파트를 활성화시키면 건설투자가 정상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의지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ㆍ민자 외에 외국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물량(수주액 기준)이 올 상반기 전년 동기간에 비해 무려 47.4% 줄었다. 이 부분은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민간 부문은 5.8% 줄었는데 이 이면에는 뉴타운 개발에 대비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재개발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재개발 수주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68.8% 늘었다. 민간의 한 축인 재건축은 52.8% 감소했다. 재개발 수주 증가는 일시적 현상으로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보면 주택 등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 부진이 실제 수치보다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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