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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이 하면 구태, 내가 하면 새정치


정치부 유병온기자

“문재인 후보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

지난 14일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한 말이다. 겉으론 ‘아름다운 단일화’를 얘기하면서 뒤에선 언론플레이 등으로 뒤통수를 친다며 이를 ‘구태 정치’로 규정했다.

안 후보측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문 후보가 “큰 틀에서의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측에 맡기겠다”고 하고 민주당이 이를 ‘통 큰 양보’로 포장한 것을 재료로 삼았다.

안 후보 측은 협상에서“민주당의 중앙대의원과 안 후보측 후원자 ㆍ펀드 가입자를 동수로 해 지지층 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민주당을 두고 안 후보측은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식의) 맏형 얘기를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중앙 대의원과 안 후보의 후원자ㆍ펀드 가입자를 각각 동수로 설정하자고 하는 건 명백히 민주당에 불리하다. 민주 당원 중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비문재인 진영에 섰던 인사들이 적지 않고 이들 중 다수는 여전히 문 후보에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 자기 돈을 주저 없이 내놓은 후원자ㆍ펀드 가입자들과 민주당 대의원을 동수로 하자는 게 안 후보측 요구다.



협상 측면에서만 보면 안 후보측 제안은 지극히 당연하다. 본디 흥정은 100 달라고 해놓고 60을 받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안 후보측은 문 후보의 ‘통 큰 양보’를 지렛대 삼아 100을 요구한 것이며, 이를 민주당이 받지 않으면서 60을 얻어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안 후보측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을 했다. 겉으론‘합의 밖의 얘기를 하는 건 구태’라고 해놓곤 뒤에선 ‘양보를 한다던 민주당이 그렇질 않더라’며 비공개 를 약속한 협상 내용 일부를 언론을 통해 흘렸다.

협상 중단의 이유로 삼았던 민주당 구태와 안 후보측의 이 같은 행동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안 후보는 자주 “선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가 얘기하는 ‘선의’가 무엇인지 차츰 모호해지는 것 같다. /rocinan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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