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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28일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하면서 이제 공은 금호산업의 옛 주인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섰다.
특히 호반건설이 예상 가격이었던 1조원 보다 훨씬 낮은 6,000억원대를 매입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삼구 회장의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그동안 반드시 그룹을 재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온데다 매입 가격이 예상보다 낮아져 자금 조달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향후 매각절차를 보면 산업은행과 대우증권·농협·우리은행·미래에셋·국민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산업채권금융기관운영위원회'는 29일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영위와 호반건설 간 MOU 조건은 박 회장에게 곧바로 전달되고 박 회장은 이를 토대로 한 달 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채권단에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 달 사이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박 회장의 자금조달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혹독한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금동원력에 대한 증빙을 이 기간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에 앞서 호반건설 등 예비 인수후보군에도 증빙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박 회장의 자금조달 계획은 현시점까지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없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우군(友軍)을 이미 상당수 확보했다는 게 금호그룹 측 설명이다.
금호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기로 한 곳이 여러 군데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군인공제회를 유력한 지원군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며 '백기사' 역할을 한 후 10년 넘게 이어진 끈끈한 협력관계가 이번 인수전에서도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군인공제회가 발주한 개발사업을 금호산업이 여러 차례 따내는 등 교류가 계속돼온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밖에 금호그룹의 사돈기업인 대상그룹의 지원과 광주일고 학연으로 이어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선택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의지를 공표하면 매각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청구권 행사 이후 2주 안에 전체 대금의 10%를 계약금조로 납부하고 3개월 내에는 잔금을 모두 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는 금호그룹의 새 주인이 가려지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입찰 가격이 6,000억원에 불과할 경우 산업은행이 아예 이번 입찰을 유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일 유찰될 경우 채권단은 재매각을 추진하게 돼 금호산업 매각건이 또다시 장기화 될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 보면 유찰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과거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당시에도 단독으로 응찰했지만 유찰되지 않았다. 매각 작업을 진행중인 산업은행도 가급적 유출은 막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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