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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월 16일] 너무 가벼운 FTA 재협상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주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커크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발언을 하자 국내에서 '재협상 불가피론'이 대두하며 논란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후 커크가 전반적으로 한미 FTA를 지지한다고 밝혀 수그러졌지만 재협상이 너무 가벼워진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양국 대표가 서명까지 한 협정에 국제관례를 깨는 재협상 얘기가 쉽게 나오는 것은 상대가 '미국'이어서다. 최강국 미국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는 예상을 두둔하는 '힘의 논리'가 있고 우리 정부가 유독 미국에 약한 경험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힘으로 해결되지 않듯 재협상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거대 미국이 현실적인 힘이듯 만약 재협상을 하게 된다면 그동안 재협상 절대불가를 외쳐온 정부가 맞게 될 역풍도 현실이다. 미국 측이 재협상을 압박해 정부가 결국 물러선다면 "미(美)에 또 굴복"이라는 제목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전문가 집단인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의존해 해명이라도 했지만 재협상 수용은 정부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사정을 간파하면 반(反)한미 FTA 진영이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도 재협상을 통해 다시 광장에 나서고 결국 FTA를 난파시키자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미국과 재협상이 이뤄진다면 다른 국가와의 FTA 재협상이 봇물 터지듯 밀려올 수도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은 다른 국가들과의 후속 FTA 협상에 근간이 됐기 때문에 FTA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둔 유럽연합(EU)ㆍ인도 등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한 나라 때문에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팎으로 재협상은 엄청난 악재를 몰고 오기 때문에 만일 한미 FTA가 최종 파국을 맞더라도 사산(死産)의 책임은 그냥 미국이 지도록 하는 게 낫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미국은 재협상 카드를 꺼내기 전에 되돌아올 이 같은 반발과 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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