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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기업에 면죄부

[과거분식 해소기업 오류수정 면책]<br>우리당·금감위등 이해당사자 합의 남아‥시민단체 반발·위헌논란 야기 가능성도

정부가 지난 1월20일 이전의 분식을 집단 소송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전기(前期) 오류수정’ 방식으로 과거 분식을 해소하는 곳에 감리를 면제해주는 것은 ‘고해성사’ 기업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취지다. 기업 스스로 잘못된 회계 행위를 재무제표에 명시할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음으로써 분식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고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 과정에서 ‘위헌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전기오류수정에 대한 감리면제 조치는 과거 분식 사면을 위한 결정판이자 회계 클린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월20일 이전 분식을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감독당국이 관련 회계에 대해 감리에 나설 경우 회계장부를 통해 과거 분식을 털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거의 잘못된 회계에 대해 기업이 향후 재무제표에 주석 게재 등을 통해 표면에 드러낼 경우 감독당국은 감리에 나서게 되고 일반인들은 이를 토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분식회계가 적발될 경우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증권거래법 등에 따라 과징금을 2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으며 유가증권 발행제한, 임원 해임권고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검찰에 통보ㆍ고발함으로써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재무제표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인증제 등이 도입돼 회사의 CEO가 개인 재산으로 배상해야 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기오류수정이 나오면 집단소송의 주요 타깃이 될 뿐 아니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목을 받게 된다. 결국 과거 분식 사면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전기오류수정 방식 대신 재고자산 재평가나 감가상각비 계상 조정 등의 방식으로 분식을 다소나마 털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계열사간 거래내역 등을 조작하는 등의 대형 분식을 했을 경우에는 이 같은 제한적 조치로는 한꺼번에 잘못된 회계행위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감독당국으로서는 결국 전기오류수정에 대한 면책조치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3년 정도의 시간만큼은 감독 그물망에서 빠져나가게 함으로써 기업들에 탈출구를 만들어주기로 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최종 방안으로 결론 내려진 것은 아니다. 재정경제부 등은 이런 취지에 동조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금융감독위원회 등 이해 당사자간에 합일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구상이 법질서와 정면으로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태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집단소송 적용대상을 1월20일 이전으로 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감법 문제 등이 걸려 있는 전기오류에 대한 감리 문제를 먼저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증권거래법이나 민ㆍ형법과도 충돌한다. 금감원의 현행 감시 시스템상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시스템은 통상 수사당국의 의뢰나 이해 관계자들의 고발 등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증권거래소ㆍ코스닥에 상장ㆍ등록된 1,500여개 업체 중 매년 20~30%씩 무작위로 추출하는 표본감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전기오류를 수정한 기업들을 표본감리 대상에서까지 제외해주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과 시장에서는 대형 분식행위나 탈세ㆍ횡령 등과 연결된 악의적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감리조치와 법적 조치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과 벤처 등 회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선의의 범법 기업’과 분식 규모가 비교적 작아 일정기간 퇴로를 통해 악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을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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