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0일 사장단회의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1%, 평균 환율을 1,100원 이하로 설정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경제 저성장과 내수ㆍ수출둔화 등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대응해 경영 패러다임의 대대적인 전환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삼성그룹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의 '2013년 경제ㆍ경영환경 전망'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국내 기업들은 장기적 경기불황에 대비해 경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소장은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3.1%, 내년 달러 대비 평균 환율을 1,100원으로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매년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ㆍ경영환경 전망치를 각 계열사의 이듬해 경영계획 수립 때 기초자료로 활용해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계열사 사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제상황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 계열사 사장들이 대체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수치인 3.1%대 성장은 현재까지 나온 국내외 주요기관의 2013년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3.6%를 전망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4%, LG경제연구원은 3.3%, SC제일은행은 3.2% 등으로 삼성에 비해 우리나라의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높게 잡았다.
삼성은 이의 근거로 최근 급격한 수출둔화 추세를 보이는 중국경제와 한국경제의 동조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유로존 위기 지속뿐 아니라 미국경제 역시 장기적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점도 지적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장기적 저성장 기조에 돌입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년 경영계획을 필두로 해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소장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저성장 기조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영전략 및 기조를 경제성장 중심 모드에서 경기 침체기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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