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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 보석으로 다시 태어나다

산업 폐기물서 가능성·희망 찾은 헤세<br>유행가 자락서 삶의 위안 표현 배영환<br>내달 7일·5월20일까지 나란히 작품전

배영환과 작품 '남자의 길'

요절한 천재 미술가 에바 헤세

에바 헤세의 유화 '무제'

누추함의 미학, 허름함의 아름다움이란 게 있다. 미술사조로는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가난한 미술'이라는 뜻의 미술운동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가 일상적인 재료에서 얻은 사색과 성찰로 이를 실현했다. 이같은 작품들은 싸구려 재료로 제작해 수천만, 수억원을 호가하는 무형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미술만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버려진 것들에서 보석을 캐낸 작가들의 의미있는 전시들이 마침 비슷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

◇공업용 재료에서 미적 아름다움을= 나치의 탄압을 피해 독일을 떠나야 했던 유태인,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불우한 가정사 그리고 서른 넷의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극적인 삶을 마감한 미모의 여성 작가. 1960년대 미술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에바 헤세(1939~1970)다. 1960년대 단 10년의 짧은 화업에도 불구하고 그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2004년에 이은 두 번째 에바 헤세 국내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1층에는 헤세가 1960년 첫 개인전 당시 출품했던 48점의 페인팅 중 20점이 전시됐다. 형태가 모호하고 흐릿한 인물상 등은 고통과 혼돈을 경험한 작가의 내면이 투영돼 있다. 이 같은 반(半) 구상 형태의 그림은 내용은 표현적이지만 형태는 구상적인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이 강하다.

초기에는 그림에 주력하던 작가가 1960년대 중반부터는 조각으로 선회했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플라스틱, 섬유유리, 라텍스, 철사를 비롯한 공엽용 재료였다. 버려진 산업소재에서 그는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낸 것. 또한 작가는 장식을 배제하고 딱딱하고 엄격한 형태를 강조하며 당시 유행하던 미니멀리즘(minimalism,단순, 간결함 추구하는 예술흐름)에 반기를 들었다. 생전에 헤세는 "페인팅은 어디서 끝나고 어디서 시작하는가. 내 많은 조각들은 페인팅이라 부를 수 있다"며 미술의 경계들을 허무는 이른바 '부드러운 조각'이라는 작업을 펼쳐갔다.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서 4월7일까지 전시한다. (02)735-8449



◇애절한 유행가 자락에서 위안을=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는 배영환(43)의 전시 제목은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클래식 음악이지만 지금은 유행가 같은 통속음악으로 변해 자동차 후진음이나 엘리베이터 대기음 등으로 삶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행가를 소재로 작업해 온 배영환은 "미술이 유행가처럼 위로와 치유의 도구가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재료는 깨진 소주병과 알약, 본드 같은 것들. 이를 통해 작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대표작인 '남자의 길'은 저항과 낭만의 상징인 기타에다 동네 야산에 버려진 자개장이나 판자를 붙인 것으로 삶의 무게와 권위, 성공, 가장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남자의 인생을 위로한다. 신작 '황금의 링-아름다운 지옥'은 황금색으로 칠한 사각링을 형상화함으로써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지만 전쟁터와 다름없는 도시를 상징한다. 또 다른 신작 '댄스 포 고스트 댄스'는 그들만의 군무를 통해 평화시위를 하려던 인디언들이 백인들에게 무참히 학살됐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희생을 대변해 망자의 육신을 상기하는 흰 셔츠와 흰색 천을 대면한 작품이다. 5월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지난 15년의 작품세계를 되짚는 중간 회고전의 성격으로 총 26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577-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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