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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식투자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올 들어 펀드 내 주식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장세가 계속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르자 자산운용사들은 앞으로 당분간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주식형(액티브 일반) 펀드 내 주식 편입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94.98%로 나타났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 말(92.17%)보다 3%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운용사들은 급락장 직전인 7월 말까지만 해도 95~96%의 주식 비중을 유지했으나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8월에는 93.02%, 9월에는 92.17%까지 줄이고 대신 현금 쌓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운용사의 이 같은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는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달 6조원을 훌쩍 넘어선 외국인 매수세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순환매로 증시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가자 운용사들이 다시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주식에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운용사별 주식 비중을 보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실제로 PCA자산운용의 주식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85.39%에서 올 1월 말 94.42%로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신한BNP파리바도 지난해 9월 말 95.41%에서 넉 달 만에 99%까지 늘렸고 KB자산운용은 97.19%에서 98.95로, 삼성자산운용도 90.76%에서 97.29%로 늘렸고 한국투신운용은 96.63%에서 97.10%로, 하나UBS자산운용도 92.81%에서 95.59%(92.81%)로 늘렸다. 지난해 9월 말 86%대까지 낮췄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90.95%까지 비중을 끌어올렸다.
운용사들은 주식시장이 당분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전년보다 적극적인 주식운용에 나설 방침이다.
기호삼 동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올 들어 외국인이 6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며 "당초 2, 3월 유럽 채권만기로 주식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던 경계심리도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하던 운용사들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 본부장은 이어 "물론 외국인 매수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상승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보수적인 톤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유럽에서 장기대출 프로그램으로 돈이 풀리고 있고 중국도 지준율 인하 카드를 만지고 있다"며 "유럽 악재 우려가 여전하기는 하지만 이미 노출된 악재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해 최근의 유동성 장세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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