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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행태와 유사… 자사주매각 가처분 기각될 듯"

■ 장기전으로 가는 삼성물산-엘리엇 공방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에 기습 공격을 감행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을 문제 삼고 나섰다. 정관 개정 요구와 법정공방 등의 절차가 과거 SK그룹을 공격했던 소버린의 행태와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11일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제일모직의 2대 주주인 KCC에 매각한 것은 우호 지분 확대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결의를 막아달라며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두 번째로 취한 법적 조치다.

삼성물산은 10일 5.76%에 해당하는 자사주 전량을 KCC에 매각, 공식적인 우호 지분을 13.99%에서 19.88%로 늘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의 주장이 실제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합병 결의든 자사주 매각이든 삼성의 의도야 어떻든 형식적인 법적 절차에 문제 소지가 없어 가처분 소송은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관 개정 요구와 법적 조치 등의 행태가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시세 차익을 극대화한 시점에 발을 빼겠다는 노림수라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도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관할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답변서를 제출해 엘리엇의 주장을 반박하고 심문기일에 출석해 변론할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물산은 이날 입장 자료에서 "이번 이사회 결의는 첫째,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고 둘째,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셋째,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 드러난 엘리엇의 전략이 SK그룹을 궁지로 몰아붙인 헤지펀드 소버린의 행보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소버린은 2003년 4월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한 후 정관 개정과 계열사 청산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이에 SK 이사회가 삼성물산과 비슷하게 의결권이 있는 우호 지분 확보 차원에서 자사주를 하나은행에 매각하려고 하자 소버린은 곧바로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남은 변수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의 추가 매수 여부다. 5% 대량 지분 확보 후 추가 지분 매수가 금지된 5일간의 냉각기간이 끝나면서 12일부터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합병안이 통과되면 엘리엇의 보유 지분은 합병 비율에 따라 2%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엘리엇이 단기 투자가 아닌 장기전 양상으로 끌고 가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은 앞으로 국민연금 등의 국내 기관투자가는 물론 합병 결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 주주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 해외 투기 자본의 공세를 막아낸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소버린 사태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엘리엇의 조치는 전부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라며 "합병과 자사주 매각 등은 회사 이익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적법한 결정인 만큼 법적 절차에 따라 차분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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