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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은행점포가 변한다(상)

'스마트브랜치'에서 '팝업 점포'까지… 은행 지점의 무한진화

시니어·점주권 특성 극대화 등 금융수요 맞춘 특화 점포 운영


벽 한쪽에 책이 가득한 책장이 있다. 사무실 한가운데는 커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고 대학생들이 노트북을 꺼내 공부하고 있다. 세미나실에서는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한다. 하나은행이 고려대지점에 설치한 '와삭바삭'의 풍경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계좌도 트고 카드도 만든다. 제주은행 노형지점에는 특별한 상담실이 하나 있다. 이곳에는 중국인 직원이 상시 근무한다. 제주은행은 급증하는 중국인 투자자와 여행객을 겨냥해 특화 점포를 마련했다. 중국인 투자자는 이곳에서 계좌 개설, 카드 발급, 환전·송금은 물론이고 이민 상담, VIP 자산관리 서비스 등도 받을 수 있다. 은행점포가 변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이 최초로 개점한 복합점포는 '진화하는 점포'의 한 예일 뿐이다. 시중은행들은 저금리에서 촉발된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점포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점포 총수는 줄이면서 특화 전략을 과감히 구사하기 시작했다. 대학생·직장인 등 점주권역 특성을 반영한 특화 점포 외에 최근에는 은퇴설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나인투포(9 to 4·오전9시에 시작해 오후4시에 영업이 끝나는)'로 대표되는 기본적 형태의 점포 외에 다양한 외양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시니어 금융이다.

농협은행은 전국 200개 영업점에 시니어 전용창구를 운영할 계획이다. 노년층과 50대 은퇴준비자가 대상이다. 농협은행은 1,000만명에 달하는 50대 이상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확대될 은퇴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민은행도 57개 영업점에 배치됐던 은퇴설계 전문인력을 올해 안에 전국 700개 지점으로 확대하며 신한은행은 은퇴설계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미래설계센터'를 기존 70곳에서 325곳으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은퇴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청춘 100세 라운지'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 해 새롭게 탄생하는 은퇴자만 20만명으로 이들은 평균 이상의 금융자산을 지닌 우량고객"이라며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권의 은퇴사업은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주권별 각기 다른 금융수요를 겨냥한 특화 점포도 점차 늘고 있다.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 종류가 단순하고 정보기술(IT)기기 사용이 용이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스마트브랜치가 주로 배치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안암동 고려대 중앙광장에 스마트브랜치인 '와삭바삭존'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각각 고려대와 이화여대 앞에 '스무살, 우리', 경희대와 홍익대 앞에 'S20 스마트존'이라는 스마트브랜치를 가동하고 있다. 이곳은 대학생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영업시간을 오후5~6시까지로 늘린 게 특징이다.

스마트브랜치와 함께 최근 주목 받는 채널이 태블릿브랜치다. 스마트브랜치가 무인점포 형태인 반면 태블릿브랜치는 이동점포와 스마트브랜치를 섞은 '대면+비대면' 하이브리드 형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브랜치가 생각만큼 이용률이 높지 않은데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대면 성격을 가미한 것이 태블릿브랜치"라며 "특히 영업점 창구업무가 혼잡할 경우 활용도가 매우 높아 고객만족도도 좋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지점당 약 4대의 태블릿PC를 설치해놓았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고객은 태블릿PC를 통해 계좌 신규 가입을 비롯한 각종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1일부터 태블릿브랜치를 오픈했는데 올해 안에 200개 지점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태블릿브랜치를 도입했고 부산은행 역시 지난해 12월 전자문서 시스템을 탑재한 태블릿브랜치를 선보였다.

기동성을 극대화시킨 특화 점포도 있다. 국민은행은 새 주거단지가 조성되는 곳에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다가 사라지는 컨테이너 형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출시를 기념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테스트할 때 여는 팝업스토어의 금융업계 버전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버스와 트럭을 개조한 이동점포 '뱅버드'를 운영하며 농협은행 역시 버스형 이동점포가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인터넷은행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새로운 고객을 찾으려면 오프라인 지점을 어떤 형태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고객의 요구가 세분화하는 만큼 점포의 진화가 새로운 승부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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