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파장으로 인한 국내경기 하강조짐에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내수확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긴장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려 문제다. 정부와 정치권이 따로 놀면서 정책이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내수촉진책도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 영업규제다. 이마트 등 3개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 4월 말 이후 최근까지 4번의 강제휴무에 따른 매출손실이 총 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덩달아 중소 납품업체들은 부도 위기에 몰리고 비정규직 직원과 아르바이트생까지 일자리를 잃고 있다. 그렇다고 전통시장 경기가 확 살아난다는 증거도 확실치 않다. 시장경영진흥원은 전통시장 및 중소 소매업체의 매출이 평균 11.7% 늘어났다고 하지만 상인들은 별로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동네가게도 반사이익을 누리겠지만 전체적인 매출 감소분을 감안하면 쇼핑에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이 지갑을 아예 닫아버렸다고 봐야 한다.
대형마트가 쉬어도 전통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소비 전반의 위축현상만 빚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월 3~4회로 늘리고 영업시간도 확대하는 법안까지 제출했다. 소비시장에 미칠 파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다.
오는 22일에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다. 법적 판단을 떠나 잘못된 정책이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경기상황을 반영해 대형마트 휴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영업시간 제한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정부도 정치권이 저지른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일본은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 보조금까지 나눠주며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하겠다고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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