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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목요일 아침에/6월 4일] 한국경제 변곡점에 서있나

경제지표가 혼란스러울 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일일지 모른다. 최근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의 내일에 대해 들려오는 낙관론들은 우리를 경기침체라는 무거운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우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이 올해 안에 성장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오는 2010년 중순에야 회복기미를 보일 것”이라고 했던 그가 “앞으로 두달 안에 세계 무역과 산업 생산이 안정되고 성장을 시작하더라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완전한 파국은 면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학자 중 한명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한국 경제 전망도 희망에 차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플러스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회복해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을 상환한 위기극복의 역사를 거론했다. 불황형 흑자도 줄고 취업 급감
반면 아직도 비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자들은 대공황 이후 잠시 경기가 호전됐던 지난 1930년 5월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시 대공황 이전의 수준에 가까이 가던 세계경제지표는 1931년 유럽은행 붕괴를 시작으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해럴드 제임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오늘의 금융위기는 1929년과는 다르며 도리어 1931년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당시 미국에서 빌린 돈에 의존했던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의 유럽은행이 붕괴했다면 지금은 중국에 의존했던 미국은행이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다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규제와 감독 시스템을 개선해도 이미 발생한 재앙보다는 미래의 위기를 피하는 데 유용할 뿐이라며 1931년과 2008년은 경제위기의 원인은 알지만 해법은 모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며 세계경제를 돌이켜보는 것은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남아 있고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세계경제의 반등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난해 10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50%나 올랐고 최근 무역수지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우리 경제의 내일은 불안한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희망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불투명한 점이 너무도 많다. 지난 1ㆍ4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 성장해 플러스로 돌아섰다지만 재정조기집행이 기여한 0.6%를 제외하면 결국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환율 덕에 원화로 환산한 1ㆍ4분기 수출실적은 11%나 증가했으나 달러로는 25%나 급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급감하던 취업자 수가 감소 폭을 줄였으나 이는 대부분 공공 부문의 일자리 나누기 덕분이지 제조업과 건설업 및 도ㆍ소매업 등 주요 민간 부문 취업자는 오히려 40만명이나 줄었다. 자영업자는 올해 2월 이후 매달 25만명씩이나 폐업하고 있다. 정부의 은행 독려로 중소기업의 부도율은 낮아졌지만 연체율은 두배 가까이 상승한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4ㆍ4분기 대비 민간소비는 0.4% 늘었을 뿐인데 정부 지출은 3.6%나 늘어난 것이야말로 지금의 경제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요컨대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투입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낙관론 따르기엔 침체 기미 여전
불황형이나마 지속되던 무역흑자가 5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2월 이후 더욱 커지고 있는 설비투자 감소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경제가 이 정도 궤도까지 올라왔으나 이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내수진작의 절실함과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다. 북핵 위기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보혁 갈등의 확산조짐 등 경제 외적 변수도 한국 경제를 억누를 악재임에는 틀림없다. 변곡점에 서 있다지만 한국 경제에 희망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도 침체의 터널이 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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