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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채권펀드를 운영중인 ‘월가의 큰 손’ 빌 그로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백혈병 걸린 나쁜 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로스는 4일(현지시간) ‘상처받은 마음’이란 제목의 6월 투자전망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인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는 새로운 화학요법에 매달리는 백혈병 환자”라며 “근본적 한계 때문에 시장에 먹혀 들지 않고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의 양적완화로 투입된 현금을 ‘비정상적인 백혈구 세포’로 표현하며 부풀어진 유동성이 되려 건전한 민간투자가 살아나는 것을 방해, 미 경제에 역효과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든 경제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구조 개혁을 통해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백혈병 증상의 피는 수혈해 봐야 낫지 않는다”며 “되려 백혈구가 생산적인 적혈구를 더 파괴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낸다”고 강조했다.
그로스는 연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시중 금리의 인하를 촉발, 투자자들이 전보다 낮은 이자를 받고 회사채ㆍ정크본드ㆍ모기지증권(MBS) 등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고, 한계상황의 회사들의 구조조정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에게 “지금 찾아야 할 것은 덜 위험한 ‘페이스 메이커’”라며 “투자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지탱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리스크 축소에 나설 것을 권했다.
이밖에 그는 경제가 회복되면 통화 정책도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견해도 비판했다. 그로스는 “워싱턴은 이미 재정정책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추가 (완화)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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