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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창간특별기획] 차세대 성장동력, 어떻게 만들것인가

"고령화·기후변화가 한국미래 좌우"<br> "생명·환경·에너지산업 집중육성을"




“한국 경제 위기론의 본질은 외환위기 때와 같은 당장의 위기가 아니다. 고령화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오는 2019년이 되면 1~2%로 추락한다. 따라서 그 이전에 선진국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없다. 위기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금융산업 육성 방향이 잘못됐다. 금융만의 주력산업화는 곤란하다. 제조업을 서포트할 수 있는 인프라산업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금융ㆍ산업 분리 정책은 잘못됐다. 금산 분리 결과 (금융기관들의 돈이 제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버블만 키우고 있다.” “성장동력 확충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미래의 트렌드는 고령화와 기후변화이다. 이와 관련된 생명ㆍ환경ㆍ에너지 산업에 집중하자.” 서울경제는 창간 47주년을 맞아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와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을 초청, ‘차세대 성장동력,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의 특별대담을 가졌다. 대담에서 나 교수와 정 부사장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차세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이같이 주문했다. 잠재 성장률 추락이 한국경제 위기 본질
선진국 진입 여부는 다가올 10년에 달려
정 부사장은 또 “성장동력 확충의 역사를 보면 영미식은 시장이 주도했지만 아시아식은 국가가 주도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식이었다”며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과거에만 매달렸던 정부가 이제 다시 성장동력 확충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문건 부사장=참여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은 평균 4.2%이다. 이에 대해 ‘낮다’ ‘충분하다’는 등 말이 많은데, 일단 성장잠재력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나성린 교수=우리의 잠재성장률이 4.8~5%선인데 지난 4년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도 못 미치거나 거의 턱걸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시아 경쟁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또 4.2%도 정부가 잘해서 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는 와중에 기업의 피나는 노력으로 가능했다. 만약 정부가 조금만 잘했어도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다. ▦정 부사장=경제성장률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다. 찻잔의 물이 반이 차 있는데 이것을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른 것과 같다. 때문에 이렇게 한번 풀어보자. 과연 지난 5년간 4% 성장에 만족할 수 있는가. 지난 5년간 세계경제는 초호황이었다. 선진국도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일본ㆍ유럽도 부진에서 벗어났고 중국ㆍ인도와 같은 거대 국가는 두자릿수의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면 우리는 어땠는가. 지난 5년간은 한국의 최대 수출 호황기였다. 80년 중후반의 3저 호황기보다 수출이 더 좋았다. 3저 호황기에도 수출 두자릿수 증가 기록은 3년 연속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수출은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4%대에 머물고 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과거 같으면 두자릿수 성장률이 됐을 가능성도 컸다. 그러나 수출 호조가 내수 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말 아쉬운 점이다. ▦나 교수=정상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데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게 원인이기도 하다. 국가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정 부사장=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것은 비단 기업만의 책임은 아니다. 정부ㆍ기업 등 국가 전체의 책임이다. 성장동력 확보는 불확실한 미래기술에 선행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등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다. 성장동력 형성을 역사적으로 보면 영미식과 아시아식으로 나눌 수 있다. 영미식은 시장중심이다. 미국 산업사나 20세기 초 자동차산업 등을 보면 미래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 상품개발, 신상품 시장 형성 등을 시장이 주도했다. 그런데 아시아식 성장동력 형성은 국가가 주도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정부 주도로 세운 뒤 국가가 경공업-중화학공업-정보통신산업으로 발전을 주도해갔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 후 정부 주도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후 정부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동원해 부실을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 기업은 기업대로 과거의 과잉투자를 해소하고 재무건전성을 마련하는 데 치중했다. 또 과거 국가 주도의 차세대 성장엔진을 육성하는 데 큰 역할을 맡았던 금융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소매금융에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 교수=이익이 나면 위험해도 투자하는 게 기업이다. 전쟁터도 가는데 왜 못하겠는가. 정부 규제가 문제다. 출자총액제한제, 금융산업에 관한 법률 등의 정부 규제가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크다. 참여정부 시작부터 반(反)기업정서가 강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있는 한 우리나라이 투자여건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다 노사관계마저 불안한 것도 투자를 막는 큰 원인 중 하나다.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는 많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육성이 안 되고 있다. 통신ㆍ방송 융합의 IP TV가 대표적이다. 기술은 5년 전에 개발해놓고도 잘못된 정책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부가 상용화만 해놓고 관련 규제를 두고 갈등하다가 시간만 보냈다. 금융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지금은 뒤처져 있지만 국민성을 보면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다. 하지만 금산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가 큰 규모의 금융기관을 가질 수 없다 보니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금융을 장악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 중 하나인데 규제로 인해 못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 부사장=우리나라 IT산업이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진 과정을 잘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상용화에 성공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이 대표적이다. 단위기업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불확실한 부분에 대한 투자를 국가가 해줬다. 이후 삼성ㆍLG 등과 정부가 협력해 세계 최초로 CDMA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정부가 얼마나 그런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외화위기 후 과거 10년간 초기 5년은 과거 부실 정리에 바빴고 이후에는 양극화 해소 등에만 힘써왔다. 결국 차세대 성장동력을 국가 주도로 키우는 데는 소홀하지 않았나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 교수=대기업은 차세대성장을 이끌 수 있는 주요 주체다. 그런데도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지배구조 문제 등을 통해 억제하는 데만 신경쓰고 있다. 세계화 시대인데 국내 시장에서의 독과점만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 주력산업화 곤란…'金産분리' 재고를
출총제등 한꺼번에 푸는'규제 빅뱅' 필요
▦정 부사장=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에도 선택과 집중이 있다. 향후 10년간 어디에 집중할 것이냐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미래의 트렌드는 두 가지 단어로 정리된다. ‘고령화’와 ‘기후변화’가 그것이다. 향후 10년간 선진국들은 대부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노인의 비중이 높아지면 관련 산업도 발전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장기 등 생명ㆍ의료 관련 산업이 한 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에너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석유 등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집중해야 할 사업 분야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선진국은 이미 관련 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기간 IT산업이 한국을 이끈 성장동력이었다면 다음은 생명 관련 산업,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물도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부족 시대는 반드시 온다. 이런 분야가 바로 공략해야 할 미래 비전이 아니겠는가. ▦나 교수=외국의 에너지라도 석유채굴권 등을 사서 충분히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는 이것이 잘 안 되고 있다. 지금의 석유공사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 공사 조직이어서 위험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기업 형태를 만들어줘야 한다. 민영화를 하든지 아니면 회사 구조를 확 바꾸든지 해야 한다. ▦정 부사장=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샌드위치 위기론 등 각종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90년대 상실의 시대를 딛고 제조업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 또 13억 인구의 중국 경제는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기술로 한국을 견제하고 중국은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꼴이다. 환율 구조를 봐도 한국 기업의 샌드위치 상황은 나타나는데, 동북아 3국의 달러화에 대한 가치는 외환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97년 엔화는 135엔이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이전에 80엔이던 것이 1년반 만에 급격하게 절하됐다. 반면 우리는 달러당 800원을 지키려다 환율 균형이 무너졌다. 외환위기 이후 원화는 평가절하됐지만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절상되고 있다. 환율(원화 강세)로 인해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위기를 돌파할 만한 내부 역량이 취약해지고 있다. ▦나 교수=재계에서 거론하는 위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샌드위치론이고 두번째는 떨어지는 성장잠재력이다. 2010년 이후에는 잠재성장률이 4% 초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잠재력은 점차 더 떨어져 2019년 이후 고령사회로 진입한 뒤에는 1~2%대로 추락한다. 때문에 우리는 이때까지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 만약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전인 2019년 이전에 선진국이 되지 않으면 도저히 선진국으로 갈 수가 없게 된다. 이게 바로 위기다. 위기론의 본체는 당장의 위기가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같은 위기는 온지 않는다. 중장기적인 위기가 바로 위기다. 결국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하는데, 그것을 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개혁은 과거 지향적인 개혁이다. 기업ㆍ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인 개혁이 돼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그런 개혁이 필요하다. ▦정 부사장=샌드위치 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수출의 증가가 내수 확산과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관련 규제들을 대폭 철폐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 대부분이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들인데 이것들이 너무 기업을 옥죄고 있다. 미국의 제도보다 더 앞선 제도도 많을 정도다. 이런 제도가 한국의 기업 활력을 억제하고 있다. 기업 관련 규제들을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규제나 수도권 투자 억제 등 절차와 관련한 규제도 많다. 그런 규제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해소하는 규제 빅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 교수=지난 10여년간 규제 완화를 이야기했지만 규제는 되레 늘었다. 규제가 없어지는 것도 있지만 새로 생긴 것도 있어서 더 늘게 된 것이다. 수도권 규제가 대표적이다. 수도권이 비대해져 규제를 해서라도 기업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인데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도권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지방을 끌고 간다. 우리는 수도권 경쟁력도 죽이면서 지방 경쟁력도 키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신산업과의 결합통해 제조업 돌파구 찾고
한국 유일자원은 사람 대학 '3不制' 풀어야
출총제ㆍ금산법 등의 기업 규제도 세계화 시대에 맞도록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만 보고 독과점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다. 자산규모로 보면 삼성 계열사를 다 합해도 도요타 한 개 기업보다 작다. 그런 것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이 왜 밖으로 나가겠는가. 고비용 구조만이 이유는 아니다. 노사관계 불안도 한몫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보호는 못한 채 노사관계 불안정성만 증대시키고 있다. 고용은 유연화하되 복지를 늘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 임금증가 속도도 줄여야 한다. 산업구조 고도화라고 하니 제조업을 포기하고 신성장동력만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제조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일본의 경쟁력은 바로 제조업에서 나온다. 제조업은 계속 키워나가야 할 분야다. 일본은 철강ㆍ조선 등 중간기술 산업은 물론 일반기계ㆍ통신기계ㆍ반도체ㆍ광학기계 등 고도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발달돼 있다. 기존 제조업을 신성장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U턴하고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돌아오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산업은 이미 IT와 BT 등의 기술이 융합ㆍ복합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 클러스트가 형성돼 있다. 또 일본은 임금과 노사관계가 안정돼 있다. 노조가 정신을 차렸다. 종업원의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기업경쟁력 향상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정부는 기업 규제를 완화했다. 공장제한법이나 공장재배치촉진법 등을 폐지했다. 여기에다 환율마저 안정돼 있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셈이다. ▦정 부사장=앞으로 새로 부상하는 산업은 IT와 BT, 그리고 전통제조업이 복합돼 나타나고 있다. 풍력발전은 IT와 전통제조업의 복합이다. 바이오도 그렇다. 이런 변화에 맞추자면 기업이 새로운 분야를 키워서 성장시켜야 하는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기에 맞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기업 간의 적극적인 결합 시도다. 외국으로부터의 적대적 M&A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을 보호해야겠지만 정상적인 M&A는 적극 권장하는 경영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공급도 중요한 문제다. 2009년을 정점으로 해서 이후부터 25~65세의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한다. 결국 여기서 다시 대두되는 게 적절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마련이다. 미래의 인력수급과 새로운 기술환경에 어떻게 맞출지는 교육 시스템 개편과도 직결된다. 대학들은 지배구조와 행정 시스템 개선은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대학 재정도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생선발 자율권도 줘야 한다. 초ㆍ중ㆍ고 교육에서의 획일적 평준화도 벗어나야 한다. ▦나 교수=동감한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사람뿐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결국 사람의 양과 질이다. 우리는 사람의 양도 줄고 질도 떨어지고 있다. 세계 경쟁에서 필요한 것은 각 분야의 엘리트 경쟁력이다. 그 나라의 엘리트가 다른 나라 엘리트를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다른 나라가 갖고 있지 않은 기술 등을 갖게 하는 것도 결국 엘리트다. 교육 평준화제도가 40년 정도 됐지만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사람의 질은 더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3불제도는 특히 재고해야 한다. 중등교육은 효율성은 물론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교육은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 일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 재정을 튼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와 세계 일류 대학의 1년 예산 차이가 5배 이상 나는 상황에서 세계 100대 대학에 서울대가 못 들어간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다. 재원이 충분히 확보되도록 하기 위해 기여입학제의 전향적 검토도 필요하다. ▦정 부사장=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금융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우리도 미국 영국과 같이 금융산업을 성장주도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영국은 대표적으로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다. 런던시티의 경쟁력이 거기서 나온다. 머니 게임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신 제조업은 공동화 돼 있다. 그런 나라에서 금융산업은 중요한 주력산업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 국가에서 금융산업은 인프라사업이다. 그 자체가 성장주력사업이 아니라 제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산업인 것이다. 아시아 국가는 특히 그렇다. 일본만 보더라도 제조업의 탄탄한 경쟁력 없이는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에는 인프라 기능을 하는 금융산업이 있다. 금산분리 정책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초점도 여기서 나온다. 미국ㆍ영국과 달리 전통적 금융자본이 없는 아시아 국가에 금산분리 원칙이 맞는지 볼 필요가 있다. 투명성ㆍ건전성 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 영미식 제도가 최대의 선이라는 착각을 버릴 때다. 지금 금융은 산업과 괴리돼 버블만을 만들고 있다. "産·政·硏 힘합쳐 'CDMA 신화' 다시 만들어갈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가 주도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은 사실상 사라졌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 성장동력은 국가ㆍ연구소ㆍ기업이 3위 일체가 돼야만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주도의 산업발전 패러다임을 가진 미국ㆍ영국과 달리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역사를 가진 한국은 '국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그는 "이동통신전화 방식의 CDMA 상용화와 같은 신화가 필요하다"고 실사례를 들었다. 그때를 반추하면 성장동력 마련의 답이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ㆍ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의 성공은 이동통신 후진국이었던 '한국'을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했던 대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국내에 이동통신이 처음 도입된 1984년만 해도 우리에게 자체 모델이 없었던 것은 물론 가입자도 2,658명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이동통신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나섰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CDMA의 원천기술을 외국 회사인 퀄컴에서 도입한 뒤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삼성ㆍLG 등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상용화를 시도했다. 1989년부터 7년 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1996년 SK텔레콤이 인천ㆍ부천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신화의 막은 올랐다.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순간이다. 당시 세계시장은 GSM의 전신인 시분할다중접속(TDMA)이 주류를 이뤘다. 기술이전이 어렵자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원천기술을 도입해 상용화한다는 전략을 추구했고 그것이 적중했던 것. CDMA는 군사기술로 퀄컴이 개발한 것이라 민간 부문으로의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인식을 국내 기술진이 깨버린 계기이기도 하다. 이어 미국과 중국ㆍ러시아 등이 한국 CDMA의 성공에 고무돼 이 방식을 채택하면서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성장했다. CDMA의 상용화 성공은 관련 통신장비 활성화는 물론 관련산업 육성을 통해 산업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ETRI는 CDMA가 1996년부터 창출한 생산유발 효과만도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단말기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결국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는 한국이 이동통신 강국으로 부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문제는 국가 주도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맥이 사실상 CDMA 이후 끊겼다는 점. 정부와 기업의 협력으로 성공시켰던 CDMA 경험은 IT 이외의 여타 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또 IT는 산ㆍ관ㆍ연의 공동노력으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손치더라도 관련 법규에 묶여 몇 년째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IP TV 등은 우리가 처음으로 개발해놓고 방송통신 융합 관련 법안이나 기구 개편에 대한 이견으로 낮잠만 자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사장은 "정부가 차세대 유망 기술군을 발표한다고 해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한 뒤 정부와 기업ㆍ연구소가 선택과 집중의 공동 노력을 통해 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곧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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